흰뫼문학

바람의 우연

아리박 2017. 1. 22. 10:07

바람의 우연


흰뫼 문학 동인시집 12권이 발간되다


흰뫼시문학회에서 문화예술지원금을 받아 발간된 시집이다


서문에 이렇게 쓰여 있다


달밭에서 시를 거두는 흰뫼문학


달밭골은 이름도 풍경도 사람도 시 아닌 것이 없다

달이 밭을 가()니 얼마나 아름다운 시 한 편인가.

마침 우리가 찾아간 때는 하현이라서 맑은 하늘에 있는 듯 없는 듯 떠 있는 낮달이 소리 없이 흐른다

밭이 있다고 하나 된비알에 바위 사이로 비라도 내리면 굴러 내릴 것 같은 비알밭이 전부요. 집과 집을 잇는 고샅길은 징검돌처럼 건너 다니는 길이 전부라 마실이라도 가려면 달빛이라도 함께 가야 한다. 그래서 이곳이 달밭골이 되었으리라.

바람도 힘겹게 올라오고 구름도 숨을 고르며 올라온다

인적이 드나드는 길목에는 마을 지킴이 바위가 초병처럼 가로막고 검문하고 있다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또 어떻겠는가

하늘 아래 첫 동네 천혜의 아늑한 한곁 골짜기에 옹기종기 몇 가구의 산중 사람들이 어깨를 기대고 산다. 도회의 세파에 찌들어 사는 일반인들과는 얼굴빛이 다르다. 청풍과 청수와 청암과 함께 하는 이들의 낯빛은 청아하다

아무리 시인이라도 와서 이들을 때 묻혀놓지나 않을까 저으기 걱정이 된다.

흰뫼문학은 이런 시적인 고향 흰뫼에 연고를 두고 있다

가능하면 자주 태생지에서 시를 가꾸려고 마음 먹고 있다

이름도 풍경도 시 아닌 것이 없는 흰뫼의 달이 일구는 텃밭

이렇게 아름다운 달밭에서 시를 거두는 흰뫼문학이 튼실하지 않겠는가.


수록된 작품중에서 한 작품을 감상한다

                       

     우음(偶吟)  / 김상환


만해가 만년의 심우장에서 썼다 하는 `籠의 小鳥`를 읽으면 눈물이 난다. `언니도 없는 새야 너는 가엾기도 하다` 이 대목을 앞에 두고  나는 종교도 나라도 시인도 무엇도 싫다. 새장 속의 작은 새, 만해를 생각하면 그저, 문득, 눈물이 난다. 파란 많은 삶의 범능스님이 그렇다. 그의 구성진 노래, 롱의 소조를 듣고 있으면 더욱 눈물이 난다. 가고 없는 범능의 깊고 애절한 목소리. 어여쁜 작은 새야 너는 언니도 없구나 -` 듣고 있으면, 나 또한 하나 뿐인 누나마저 죽고 없어, 이 가을엔 딱히 갈 곳이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