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끼의 시
박 영 대
온종일 시만 생각하고 지내다보니 허기지는 일이 아니어서
하루 두 끼면 족한 것 같다
그래도 때가 되면 시 생각이 나는 게 아니라 밥 생각이 나는 걸 보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을 질겅질겅 씹어 먹는다
이리 뒹굴 저리뒹굴 보물찾기 구석진 언어를 찾아 시간만 물어뜯는데 드디어 바닥이 드러났는지 아침부터 안개 피어오른다
쓰는 고통이 읽는 재미라는 달통한 시인의 말에 한번 또 견뎌보자고 고삐를 추켜잡는다
다른 일 같으면 힘쓴대로 눈에 보이는데
이놈은 멱살도 잡히지도 않는다
불 밝혀 구석구석 찾아보고
발로 짓이겨도 보고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에 귀 기우려 엿듣고
꽃님 나무님 풀님 찾아가 한가지만 보여 달라고 사정도 하고
발에 채이는 돌부리에게 허벅지다고 굽실거려도 보고
숲 속에 들어가 맨살 상처에 접붙여 한 몸이 되기도
나무를 그리고
새 소리 따라 하는 것조차도
배를 가르고 보아도 보이지 않은 속내를 찾는 일
밥숟가락 입 벌려 넣을 때
버러지 한마리 살아난다
이러고 있는 내가 두 끼 밥값은 하고 있는건지
시를 써서는 밥 먹기도 힘든 일이어서
시인하겠다면 끼니를 줄이거나 평생 가난 데불고 살아야하니
시 쓰는 일이 곁가지일 수밖에
그러다가도 잘 쓴 시 하나를 만나면 석간수 한 섬
솔밭 바람 한 지게 대청 곳간에 쌓아 놓고
고실고실 한 상 걸게 차린 밥맛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