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못 한 말
박 영 대
낙엽을 밟습니다
꽃이었다면 이렇게 밟을 수 있을까요.
같은 태생
같은 살점인데
한 치의 주저도 없이 밟습니다
꽃이라는 이름 하나로
반반함에 콩깍지가 씌여 그리 이뻐하셨나요?
힘겹기로 말하면 낙엽이 꽃만 하겠습니까?
힘들고 어려운 일 해냈으면 그만한 대우 받는 것은 당연한데
감춰진 내락 없이
그럴 수는 없습니다
해와 달이 알고 별이 눈 번히 뜨고 보고 있는데
그렇게 대놓고 역성드시면...
자연의 일이라 공평한 줄 알았어요
잘못으로 당하는 거야 수모라도 당할 수 있지만
열 일 하고도 돌아 세우는 억울함 모를 리 없는데
이런 때는 어찌해야 합니까
처분대로 따라야 할 운명이라 말씀하시면
타고난 죄값으로 알고
차마 말 못하고
눈 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