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길/ 박영대
길 풍경을 찾아서
첫발을 넘겨 시작한 이야기
글자를 딛고 걸어 들어간다
싹이 태어나고 알이 태어나고
환골탈태 태어나고
눈 틔고 귀 열고
이목구비에서 날개 돋고
갈증에 차곡차곡 적시고
나무 나무에 옷 입히고
혹시 이정표에 걸린 지름길이라도
횡재할 요량이면 헛걸음
걸음걸음 솟아난 징검돌
한 줄 한 줄이 한 달 한 달
한 장 한 장이 일 년 일 년
돌 짐 한 지게
져다가 이름 지어 놓고
또 져다가 이름 지어 놓고
걷다 보면
한 권의 강
길다 보면
흐르는 풍경
풍경이 있는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