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함을 보다
은밀하게 수작 벌리고 있다
겨우내 숨 죽이고 있던 쥐똥나무들 조금씩 색이 변하고 있다
일찍 나서서 설치고 나대다가 동장군 칼날 맞을까 두려워
없는 듯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볼품없이 키는 작고 이름도 허수룩한 쥐똥나무
잔설 눈치 보면서 눈에 띄지 않게 은밀하게 수작 걸고 있다
얼어 있는 절벽에 뿌리 박고 태생부터 고생길 타고나서도
그래도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쥐똥나무 군락이 산중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무리지어 산다
낭떠러지 힘겹게 버티고 제대로 푸른색도 내지 못하고..
말라 죽은 시늉으로 눈치 채지 못하게..
봄이 무르익어지면 다른 나무들이 감히 오지 못한 절벽에서 제 삶을 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