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속을 모르면 청산도로 시집오지 마라

아리박 2013. 10. 3. 18:14

청산도 느림학

 

완도에서 연락선으로 한 시간여를 가면 청산도에 이른다

완도군에서 큰 섬중의 하나로  한개 면을 이루고 완도와 거문도의 중간지점에 있어 날씨가 좋은 날은 한라산이 보인다

 

요즘 청산도가 이름을 날리고 있는데 슬로시티 연맹의  슬로길 세계1호로 인정 받으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청산도에는 슬로길 11개 코오스가 있는데  총 42.195 km(백리길) 거리가 슬로길로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다

 

청산도에 와서 빠른 여행은 반칙이다

가장 인간적인 속도 천천히 걷는 느림의 미학이 이곳에는 있다

 

삶의 속도를 빠름에서 느림으로 바꾼다

바다가 산을 얼싸안고 바람이 나무와 풀을 재우며 세월은 돌의 각을 다듬는다

 

느림의 자연 속도속에서 전통과 삶의 가치를 지켜가고 있는 청산도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돋보이는 것은 도시화되어 빠름을 요구하는 현대인에게 시간의 개념을 다시 일깨우게 하기 때문이다

 

 

모임에서 열네명이 청산도를 거쳐 완도 해남을 거쳐 초가을 여행길을 열다

옛날부터 청산도에는 음이온 기운이 어찌나 세게 나오는지 나침판이 작동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부터 청산도 앞바다는 죽음의 바닷길이었다

숱한 남정네들이 사나운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못하는 뱃길 사고 많아 여인네들이 그 뒷몫을 다하며 살고 있다

 

청산도는 농토가 넓고 땅이 기름져 농사 소출이 많을 뿐만 아니라 고기도 많이 잡혀 주민들에게는 아주 살기 좋은 섬이었다

이 가을에도 섬 곳곳에 퍼져 있는 구들장논( 계단식논)이 황금 들판을 이루고 있다

또한 전복 부화와 양식으로 웬만한 가구 수익이 수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인근 처자들이 청산도로 시집오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그런데 예로부터 속을 모르면 청산도로 시집오지를 마라는 말이 전해져 온다

이유인즉 청산도에는 예로부터 농토가 넓고 따듯한 기후로 농사와 어업으로 여인네들의 할 일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고기 잡으러 나간 남자들이 별과 달의 외계 파장 기운으로 위험한 뱃길에 남정네들의 사고 잦았고

소득이 많아 아들을 낳으면 교육을 위해 목포 서울은 물론이고 일본까지 유학을 보내 가르쳤다

그렇게 뼈골 빠지게 가르친 자식들이 훌륭하게 자라 잘 된 것은 좋은데

잘 가르친 아들들은 저 혼자 잘한 것으로 생각하고 외지로 나가 섬에서 살지 않아 자식들의 효도를 받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마을 곳곳에 세워진 유난히 많은 효열각이 청산도 여인들의 한맺힌 사연을 대변하고 있다

 

그래서 남편과 자식을 위해 희생할 각오를 갖지 않고는 청산도로 시집 올 생각을 말라는 말이 전해 오고 있다

제 한 몸 남편과 자식을 위해 기꺼이 헌신한 청산도 여인의 아리랑이다

 

 

 

청산도 아리랑

                                  

                                    박  영   대

 

오늘 하루를 42.195로 나누고

느린 걸음으로 청산도 간다

 

눈 반만 뜨고 반만 보려고

어둔 길 떠듬떠듬 청산도로 간다

 

귀 반만 열고 반만 들으려

가는 귀 먹어 청산도 간다

 

색에서 색 바래내고

전설 바우에서 세월 걷어내고

무명바지 흰고무신 신고

뭍에서 묻은 진흙 털고 청산도 간다

 

파도 넘는 시집살이

멋 모르고 한번 내딛은

앳가심  보따리 초분에 묻고

 

별똥별에서 이어진 조상 내력

섬 뿌리에 닷줄로 단단히 묶고

산꼭데기 범바우 흔드는 깃발

아직 알아채리지 못한 며느리들

 

밭 일 끝나면 논 일

들 일 끝나면 갯 일

섬 일 끝나면 뭍 일

지아비 끝나면 자식 새끼들

 

속을 모르면 청산로에 시집오지 마라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청천 하늘에는 잔별도 많고

청산도 바다에는 할 일도 많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간다 간다 느림보 간다

청산도 황툭길 느림보 간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남었네 남었어 할 일이 남어

제사상 어동육서 채비가 남었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   청산도 여인들이 아리랑이다

       바다로 간 지아비 돌아오지 못하고

       가르쳐  서울로 나간 자식들 잘되기만을 바라는

       억척이 섬여인들의 맺힌 한을 한 줄 글로 위로해 본다

 

 

 

풍요와 위협의 두 얼굴 청산도 바다

 

 

느림의 미학이 있는 슬로시티 세계1호 청산도

 

 

슬로시티 체험단

 

 

청산도 가는 바다

 

 

섬안 깊숙한 곳에 위치하여 바다에서는 보이지 않아 왜구의 침해와 전란을 피한 당리 마을

 

 

서편제. 봄의 왈츠 촬영지 황토길과 언덕위의 하연집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서편제 가락이 코스모스와 활짝 출렁이고 있다

 

 

제주를 바라다 보이는 전망대 바위. 그 아래로 범바위가 있다

 

 

청해진을 지킨 장보고 장군(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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