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시향에 젖다, 아리산방에서

아리박 2013. 10. 25. 16:54

시향에 젖다, 깊어가는 가을 밤.

      아리산방 문학의 밤

 

대금 산조 가락이 애닳게 울려 퍼진다

마당에서는 모닥불을 피워 한기가 느껴지는 가을 밤을 훈훈하게 덥히고 있다

장작불을 둘러싸고 시인들이 돌위에 나무발통위에 앉거니 서거니 자리를 정하고

장작불을 피워 스큐어에 꽂인 고기가 익어가고 3년 넘은 산약초로 담근 약초술의 향기는 코끝을 자극한다

특별히 제작한 화덕은 이번 문학의 밤을 위해 만든 바베큐 준비품이다

제법 쌀쌀한 기온에 두터운 잠바 하나씩을 걸쳐 찬 공기를 막는다

 

 

 

그래도 이 시기가 단풍도 들기 시작하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가장 적당한 때이다. 동네 사람들이 지금 한창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가고 있다고 왜 오지 않으냐고 연락이 오곤 했다

9월 보름 정도(음력)면 달도 뜨고 가장 좋은 시기일 것 같다

 

 

 

*  *  *  *  *  *  *  *  *

 

노벨 문학상 수상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란 제목의 시를 낭송하면서 문학의 밤은 시작된다

참석자 모두들 시 2편씩을 준비해 와서 낭송하기로 하였는데 너무 늦어질 것 같기도하다

자작시는 시인이 직접 詩作할 때의 동기 감정을 들을 수 있어서 시를 이해하는데 아주 유용하다

다만 작가의 한 감정에만 치우치는 편견에 사로 잡힐 수 있지만 낭송시는 한번 들으면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부연이 필요하기도하다

 

 

문단의 원로이신 도창회 시인이 자작시를 읊는다

시인은 수필가로 문인협회 수필분과회장이시다

영문학자인데 수필 시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문인이다

문단 모임에서 주로 격려사를 맡아 하는 문단의 원로이다

老詩人의 열정이 대단하다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노시인에게 세월은 시를 더욱 잘 익게하는 누룩같아 보인다

그리고 문인들에게 순수와 열정을 잃지 말라는 문인의 자세도 잊지 않고 당부한다

가지고 온 시집도 내어 놓는다

1000행의 시를 연작한 장시집 장송비가(내 관을 내가 지고)을 내 놓으셨다

 

 

 

 

다음은 박옥태래진 시인이다

시인은 철학 문학 풍수에 능통한 다재다능한 시인이다

보이는 모습에서 우러나는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길게 기른 머리에 뒤로 꼭 묶은 모습은 산중 동자의 모습이다

특히 우주 철학에 대한 그의 촌철살인의 한마디는 모든 이들을 압도한다

자연. 우주안에서 인간이 적응해 가려는 모든 활동에 대한 깊은 성찰이 남다르다

우주 자연을 거스리지 않는 그의 절제된 이론은 각게의 주목받고 있다

여느 철학자와 대론을 해도 거칠 것이 없다

저서 사랑과 영혼의 아리아.  천기의 혈터는 그의 주요 목록이다

 

 

 

 

겯드려 술 한잔이 빠질 수 없다

시 한편이 낭송되면 서로 느낌을 한마디씩 돋아준다

낭송이 끝나면 술 한잔을 들고 어둠 짙어가는 산중에 취흥과 시심이 함께 깊어가고 있다

열 분의 시를 다 듣기에는 밤이 너무 이슥할 것 같다

 

 

다음은 단양 시인 김동원 시인이다

단양에서 우리 문학의 밤을 위해 참석해 주셨다

더 많은 지역 문인들이 참석하면 좋겠지만 올해는 처음이어서 초청을 하지 못했다

제천예찬이라는 시를 낭송했다

김동원 시인은 제천단양문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이다

제천문학과 내 안에 피고 지는 풀잎의 노래(자작시집)을 가지고 오셨다

 

 

 

 

이창원 시인은 천부경을 주제로한 민조시를 낭송한다

천지인의 조화를 가장 이상적인 이상세계로 예고하고 있는 천부경에 잠시나마 젖어들게 한다

이 시인의 드라마틱한 낭송기법은 하늘에서 뭔가를 받아내는 숙연한 동작과 민요조에 가까운 낭송법이다

오카리나 연주도 준비됐는데 시간 지체로 듣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전양우 시인의 전문 시낭송가다운 낭송은 가을 밤을 시향에 젖어들게 한다

김경자 시조시인의 낭송이 이어지고 밤은 깊어가고 술잔도 무르익어 간다

 

 

 

늦으막히 도착한 진경자 시인과 김바울라 시인이 도착해서 한편씩을 낭송한다

영주를 중심으로 모인 흰뫼문학 회원들이다

이번에 동인지 `자작나무에서 배우다'를 간행했다

화덕에는 나뭇꾼 이사장이 장작을 계속 넣어 화끈한 열기가 시인들을 밤공기로부터 막아 준다

시인들의 모임에 덩달아 좋아하는 이사장이 일찍부터 와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소식을 알고 찾아온 오미자 농사를 짓는 산고을 농원의 정사장 부부는 직접 담근 술을 2병이나 가져왔다

정사장은 이창원 시인의 친구로 참석했다

해발 700m 고냉지에서 환경농업으로 오미자를 키우고 있는 분이다

 

산마루에 떠오르는 열여드레 달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시인들의 시향에 빠져든다

숲속에서는 솟쩍새 올뺌이도 가까이와서 청중으로 듣고 있다

나무가지에서는 시심에 취한 듯 단풍 한잎 포르르 떨어져 눈물 지운다

말 그대로 향연(심포지움)이다

 

 

 

우듬지 밤나무 회화나무 감나무 숲속 친구들이 다같이 아리산방 문학의 밤 청중이다

묵직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바위들도 가을 시심에 젖어 가슴 들썩인다

 

 

 

당초에 예정했던 시인들이 참석치 못한 분이 몇분 계신다

다들 미리 연락을 주셔서 사정이 여의치 않음을 알려 왔다

먼데서 이곳까지 참석하여 아리산방 문학의 밤에 참여해 주신 시인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문학의 밤을 개최하고 여러가지 낙수거리가 많다

차츰 정리해서 포스팅할 계획이다

 

 

 

문학의 밤에 내 놓은 시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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