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어둠이 없다

아리박 2013. 8. 14. 06:50

어둠이 없다

 

 

엊저녁 별똥이 나타난다고 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2시쯤이면 잠이 깨는 습관이 일찍 잤으니 한 시쯤에 눈을 떴다

너무 이르다 싶어 컴을 켜고 블로그 좀 하다가 세시 반쯤 아내를 깨워 별 보러 가자고 했더니 혼자 가란다

이제 별 보는 일에도 관심없고 잠이나 자겠다고 돌아 눕는다

 

내가 사는 곳은 산골짜기라서 하늘이 반쪽만 보인다

차를 몰고 하늘이 넓게 보이겠다 싶은 강가로 나갔다

막상 하늘을 보려고 찾으니 마땅한 곳이 없다

앞이 트이면 뒤가 막히고 시야를 가리는 인공 구축물, 키 큰 나무들까지 앞을 가린다

나무들이 귀찮아본 건 처음이다

능선이나 산봉우리처럼 사면이 확 트인 하늘 바라보기가 마당찮다

더구나 별을 보기 위해서는 불빛이 없어야 하는데 각종 불빛이 방해를 한다

가로등. 네온사인. 차량 불빛. 간판의 불빛, 집이 있으면 자는 동안에도 등 하나쯤은 켜 있는 것 같다

마음껏 하늘을 볼 수 있는 탁 트인 공활지가 없고 어둠을 간섭하지 않은 진정한 어둠을 찾기 힘들다

사방 곳곳에 무슨 불빛이 그렇게 많은지..

 

이젠 어둠이 없다

어둠이 없다는 것은 고요가, 슬픔이, 내면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음역의 그늘이 없다는 것은 자기 성찰이 없다는 것이다

밝음만, 앞일만, 눈을 뜨고만 사는 세상이다

눈을 감고 잠시 어둠을 느끼는 시간이 필요할 것인데 그걸 잊고 살아가고 있다

새삼 어둠을 찾으려하니 진정한 어둠이 없다는 사실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어둠에는 고요가 담겨져 있다

어둠에는 낮은 밑 감정이 채워져 있다

어둠에는 본성과 마주할 수 있다

어둠에는 육안은 감고 심안이 뜬다

어둠에는 침묵이 잔을 기울인다

 

틈을 내서 낮에

어둠을 볼 수 있는 곳을 찾아야겠다

 

 

 

이런 어둠 말고 까만 어둠을 찾아 나서다

 

 산중 동네에도 너무 많은 불빛이 난무하다

 

 강물에도 무슨 불빛인가 불빛의 영상들이 출렁인다

 

 강물위에 비친 불빛들.  그들은 그들대로 황홀하다

 

별을 보러 갔다가 불만 보고 들어왔다. 어둠도 찾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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