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바람 맞거나 물을 맞거나

아리박 2013. 8. 16. 08:03

바람 맞거나 물을 맞거나..

 

산속으로 들어가면 단 두 집이 사는 마을이 있다

그 중에서도 한집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빈 집이다

들어가는 길이 계곡을 따라 십리쯤 겨우 차 한 대나 갈 수 있는 소로가 나 있어 호젓함을 만끽할 수 있는 산중 마을길이다

아는 사람만 다니는 곳이라서 통행도 거의 드물다

 

이 숲길로 들어서면 봉우리에서 내리닫는 산바람이 얼굴에 와 닿는다

산 기슭로 난 길이 좁다랗게 나 있어 차창을 열고 자연풍을 맞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든다

가는 길에 폭포가 쏟아지는 계곡에 몸을 담궜다

쏟아지는 폭포수가 더위를 씻어갔는지 기온이 뚝 떨어져 금방 땀을 가신다

우리 일행만이 계곡을 전부 차지하는 호강을 누린다

 

위에서 뛰어 내리는 저 물은 그저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다

높으면 높은대로 낮으면 낮은대로 그저 흐르고 있을 뿐이다

다만 사람들이 높이 떨어지는 물을 폭포라고 부르면서 흥분하는 것

사람에게는 다소간의 투기심이 있어 폭포를 보면 쾌감을 느낀다

 

첫 물에 마음을 담궈 본다

산중에서도 더 깊은 산중에 사는 사람만의 여유이리라

 

 

 

 발을 담그고

 

 폭포는 뛰어 내리고 있다

 

세속의 여인을 벗어나..

 

우리 둘이 뿐. 

 

 흥분하다

 

 키를 넘기는 수심

 

 개헤엄

 

선녀 앞에서

 

뛰어 내리는 물을 맞거나..

 

밤송이도 때를 알아 가고..

 

날개 옆을 바람이 지나갔다.

 

 더 위로는 인가가 없는.

 

올라오는 아스라한 산중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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