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연애하는 법 15 15. 행과 연을 매우 특별하게 모셔라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김소월, <가는 길> 일부) 이렇듯 절묘하게 우리의 전통적 율격인 3음보를 활용하던 시절은 차라리 행복했다.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 문학이론 2012.02.16
시와 연애하는 법 14 14. 제목은 시쓰기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나는 음식점을 고를 때 간판을 유심히 보는 편이다. 간판에 적힌 상호, 간판의 크기, 글자체, 디자인에 따라 그 음식점의 역사와 음식의 맛을 짐작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원조’라는 말이 붙어 있으면 일단 의심한다. 역사성의 과잉이.. 문학이론 2012.02.16
시와 연애하는 법 13 13. 형용사를 멀리 하고 동사를 가까이 하라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가 쓴 동시 한 편을 읽어보자. 어느 어린이 글짓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 동시를 쓴 아이에게는 참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이런 유형의 동시를 보면 화가 난다. 한숨이 절로 쏟아진다. 이 동시를.. 문학이론 2012.02.16
시와 연애하는 법 12 12. 관념적인 한자어를 척결하라 말이 늙으면 시는 죽으리 어떤 말이 시가 될 수 있고 어떤 말이 시가 될 수 없을까? 일상어와 시어는 따로 존재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모든 일상어가 시어로 쓰일 수 있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는 듯하다. 문.. 문학이론 2012.02.16
시와 연애하는 법 11 고은에겐 누이 없고 그 바다엔 우체국 없네 11. 체험을 재구성하라 없는 것이 너무 많아서 아버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낡은 목선을 손질하다가 어느 날 아버지는 내게 그물 한 장을 주셨다 스무 살 때 쓴 시 <낙동강>의 한 부분이다. 이 시가 그리고 있는 대로라면 우리 .. 문학이론 2012.02.16
시와 연애하는 법 10 10. 제발 삼겹살 좀 뒤집어라 크레파스 덮개를 열어보면 그 아이가 그림을 잘 그리는지 못 그리는지를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림을 잘 못 그리는 아이는 하늘을 그릴 때 하늘색만 쓰고, 나뭇가지를 그릴 때 고동색만 쓰고, 나뭇잎을 그릴 때 녹색만 쓰고, 사람의 얼굴을 그릴 때 ‘.. 문학이론 2012.02.16
시와 연애하는 법 9 9. 감정을 쏟아 붓지 말고 감정을 묘사하라 학교에서 시를 공부하면 할수록 왜 시와 멀어지는 것일까? 시를 왜 어렵고 모호하고 복잡하고 이상한 물건으로 여기게 될까? 혹시 교과서가 시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교과서에서는 시.. 문학이론 2012.02.16
시와 연애하는 법8 빈둥거리고 어슬렁거리고 게을러져라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 이형기 시인은 부산으로 피난 온 조지훈을 만나 술을 한잔 같이 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팔팔하게 젊은 이형기는 대선배 조지훈에게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쓸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조지훈은 “그것은 그저 방.. 문학이론 2012.02.16
시와 연애하는 법 7 부처와 예수와 부모와 아내를 죽여라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연애시절에 애인한테 몇 번쯤 시를 써서 바쳤는지요?” 내 대답은 한결같다.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면 이내 질문한 사람의 얼굴에는 실망의 그림자가 스쳐간다. 조금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 문학이론 2012.02.16
시와 연애하는 법 6 베끼고 또 베껴라…시가 날아온다 / 안도현 <필사는 가장 좋은 자기학습법> <사랑하면 서로를 닮고 싶어져> <젊은 날 백석 ‘훔치며’ 꿈 키워> 6. 지독히 짝사랑하는 시인을 구할 것 언젠가 “내 시의 사부는 백석이다”라고 쓴 적이 있다. 또 강연을 하는 자리에서 “.. 문학이론 2012.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