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이레
식물에게 두 이레는 사람으로 치면 이십년쯤 되는 듯 하다
어린 아기가 태어나면 한 이레, 두 이레, 세 이레를 치른다
세 이레가 지나야 바깥 세상에 데리고 나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오이에게는 두 이레가 젊은이가 늙은 모습으로 변하는 세월인가 보다
이번에 두 이레만에 보니 이렇게 변했다
새끼손가락만하게 솜털도 벗겨지지 않았던 작은 오이가 두 이레만에 다 커서 색갈이 변하고 피부가 늙어 주름이 져 더 이상 성장이 멈춘 늙은이가 되었다
일년이 수명인 식물들.
이 세상에 식물 중에 일년 수명을 가진 식물이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아니 일년 중에 일부를 사는 거니까 6개월 아니면 9개월이 생존 수명이다
그래보면 인간의 수명은 얼마나 긴지 모른다
식물이나 다른 동물이 보면 터무니 없는 특혜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일년을 사는 오이는 두 이레만에도 저런 성장과 결실을 훌륭하게 마무리하는데.
두 이레만에 얼마나 부지런히 착착 일을 진행했으면 유년기를 보내고 성숙 단계를 지나 씨를 익혀 결실을 마무리하는 완숙의 단계까지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오이에게는 두 이레 동안 소리 없이 밤낮으로 쉬지 않고 작용이 일어난 게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저런 성숙을 다 보여 줄 수 있겠는가.
두 이레 동안 건성 건성 마음 잡지 못하고 덥다고 이리 저리 핑계를 대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7 / 11 오이가 새끼손가락만하다고 찍은 사진.
7 / 26 완숙에 이른 모습. 이 중 가장 큰 오이가 저 오이다
두 이레만에 속을 다 익히고 한 싸이클을 마무리 지었다
얼굴에 주름까지 편안한 마무리 모습이다
'오늘의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루랑 다래랑 (0) | 2012.08.15 |
---|---|
민찬이 나들이 (0) | 2012.08.14 |
수학 경시대회 (0) | 2012.07.24 |
환기 미술관 `매화꽃이 있는 정원' 전시 (0) | 2012.07.14 |
바위와 물과 바람이 머물다 (0) | 2012.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