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며느리와 2박 3일

아리박 2012. 7. 2. 21:29

며느리와 2박 3일

 

지난해 4월 결혼했으니 이제 일년여 남짓된 며느리.

이달 말이면 출산을 앞 둔 만삭의 무거운 몸이다

 

출산전에 힘들지만 마음 먹고 아리산방을 다녀 가겠다고 한다

만삭의 며느리가 오면 모든 걸 조심해야 할 시기이니 등산을 할 수도 없고 물놀이를 할 수도 없고 숲길 산책도 길이 험해 무리다

 

우선 심마니에게 연락해서 산더덕을 구해 놓았다. 요즘은 철이 아니라서 산더덕이 귀하다

도시의 냄새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산더덕 향기로 산중에 와 있다는 걸 몸에 인식시켜 주기 위해서다

산더덕을 손질하는데 그 향기가 온 집안을 진동한다

손질하는 집사람도 진이 묻어 검게 변하는 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향기에 취해가며 즐거워 한다

도착해서 고기에 더덕을 같이 구워 먹었으니 바라던 대로 도시에서 벗어나 산중에 온 체감으로 바뀌었을까.

고기 한점을 상추에 싸서 나와 집사람에게 먼저 먹여 주는 며느리의 센스 귀엽고 애교스러워 고맙다

 

저녁 후에 뜰에 나가 밤이 되어 시원해지기를 기다려 화로 모닥불을 피웠다

산중에는 밤이 되면 기온이 내려가 선선해져서 모닥불이 덥지 않고 장작불이 타는 열기가 온 몸을 다습게 말려 주어 고슬고슬한 기분을 준다. 그리고 모기 같은 벌레가 접근하지 못하는 효과도 있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피워 놓고 노작노작 얘기꽃을 피워가며 우리 가족 여름밤은 깊어 간다.

 

이튿날, 태어날 손주를 생각해서 여행지를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깊은 새밭계곡을 가기로 하였다

소백산 정상인 비로봉 밑까지 갈 수 있는 찻길이 나 있는 곳이다

중간에 한드미 산촌 체험 마을 들려 대통령이 하룻밤 유숙하고 간 마을을 둘러 보았다

이곳 저곳 둘러 보는데 만삭인 며느리가 얼굴이며 팔 다리가 부어 있는 모습이 짠하게 보이고 힘들텐데도 걸어야 한다고 제법 걸음도 잘 걷고 환하게 밝은 모습이 우리를 안심시켜 주었다

더 깊숙이 계곡을 따라 올라 가는데 가뭄이 계속 되는데도 계곡에는 물이 마르지 않고 콸콸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다

깊어 갈수록 산향기가 우리 온 몸을 감싸고 머리를 맑게 한다

열어 놓은 차창에 까지 나무잎이 얼굴 내밀어 반겨주는 좁다란 숲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니 차단기가 더 이상 가는 길을 막는다

여기가 소백산을 오르는 최단 등산로이기도 하고 찻길의 종착 지점이다

산기운을 태어날 아기에게 힘껏 불어 넣으라고 심호흡을 하게 하였다

 

집으로 돌아 오면서 찾은 곳이 단양팔경 중 하나인 사인암이다

사인암은 예로부터 문인 묵객들이 찾아와 시화를 많이 남긴 명소로 단원 김홍도의 사인암 진경산수화는 보물로 지정된 명화이다

고려말 우탁의 충심이 배어 있는 사인암은 자연 경관으로도 가까이 다가 갈 수 있는 빼어난 자태로 더 이상 찾아 볼 수가 없다

 

가뭄으로 온 대지가 목 말라하는데 밤이 되면서 단비가 쏟아진다

단비가 오는 것도 반가운데 산중에서 지붕을 타고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는 촉촉히 젖어가는 숲이 살아나는 소리다. 처마 밑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는 가장 사람의 심성을 안온하게 해주는 생명의 소리라고 한다. 이 소리를 들으며 편안하게 잠을 이루어라.

 

밤새 내리는 온 생명이 기다리던 환희에 차게 했던 빗소리는 우리 가족이 한달 후에 태어날 새 아기를 기다리는 마음과 같으리라

 

다음날 아침 산책 코오스로 집에서 가까운 하선암으로 걸어서 갔다

밤새 내린 비로 산과 들에 나무와 작물이 생기가 벌써 다르고 계곡 물소리가 우렁차다.

모든 걸 포용하고 묵묵히 낮은 자리에 앉아 대중을 제도하고 있는 불암(하선암)의 유래와 활인산수의 근거에 대해 설명해주고 2박3일 기특이(태명)가 산기운을 받아 우렁찬 울음소리로 이 세상에 나오기를 기다려 본다

 

 

    아리산방 앞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한드미 산촌 체험 마을 

 

   며느리가 바쳐 주는 우산을 쓰고

 

  사인암에서 아들부부

 

   불암에서 지성과 덕성을..

 

  홍암에서 아들 부부

 

 

   불암(하선암)

 

   아들부부와 기분 좋은 옆지기

 

   산기운 듬뿍 받고 기운내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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