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논 /박영대
빈 논에 글자 한 소쿠리 쏟아져 고스란하다
잃어버릴대로 다 잃어버린 상실의 정돈
낙엽보다 더 흰 아픔
상처 아닌 훼손이다
털어낸 무게의 가벼움보다
땀 흘려 키워온 아까움보다
머릿수 걷어
뼈도 못 추린 삭제
아직도 미련 남아 해 넘겨 익히려고
타작 뿌리 박고 있는가
누런 푸른 물결
그리움 북돋우고 김매고
제삿날 없애기로 한
등 굽은 아버지 사진
논바닥에 절절이 편지 써 놓고 있다
*** 빈 논에 벼 그루터기를 보면 왜 아버지 생각이 날까
그때를 생각하며 편지 한통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