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연변 여인

아리박 2012. 2. 20. 07:38

 

연변 여인

 

말 한마디 건네보면 귀신같이 알아 차리고

연변 사투리를 골라낸다

 

둥지에 알 깬 새끼 떼어놓고

허기진 날개 견뎌가며

만리길 돌아서 찾아온 철새

 

말 알아듣는 구실 하나로

묵은 가마솥 작심 하나로 

집 떠나온 추위쯤이야

애초 재워주는 일터에는 귀향의 꿈도 있었지

 

상 차리고 있는 지친 날개

 

밥 한 상에 깃털 잡히고

밥 한 상에 허튼 수작 건네고

 

꼬이기 전까지는 텃세려니 그냥 넘긴다

어디까지가 향수 훔쳐낼 눈물의 경계인가

 

백두영산 길목에서 조상 지켜온 흰 맏이들

우리 윗 고향은 그곳이었다

 

그물망 안에 포획처럼 가둬 놓고

파닥거리다가 야윈 날개죽지 겨누고 있다

 

가난한 종부 함부로 부리고 있다

 

강가 한적한

도심 느끼한

방방곡곡 으슥한 

 

체온 내려간

고단한 육신 기대 쉴 자리 얻기 위한 하룻밤

 

뭣 모르고

입 다물면 부끄러운 고향 감춰질 줄 알고

말 수 줄이고 있다

 

 

             ***  연변 사투리를 들으면 오래도록 고향 지키며 살아온 아낙 목소리 같다

                   연변 여인들의 사투리를 들으면 어쩐지 우쭐해지고 낮아 보인다

                   밥상 차려 주는 연변 여인들의 어수룩한 삶이 참 어수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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