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안개와 같이 산다

아리박 2011. 6. 25. 15:29

안개와 같이 산다

 

빤한 틈도 주지않은

장마가 계속되고 있어 바깥 출입을 하지 못한다

 

집안에만 갇혀 지내야 하는 답답함을

알았는지 비가 솜씨 좋은 친구 하나를 데리고 왔다

보기만 해도 촉촉히 가슴 적셔주는 숨겨 둔 벗.

 

운무화백.

 

창으로 보이는 앞 산에

내다 보는 재미를 주려고 운필한다

물 먹은 화선지에 듬북 먹을 찍어 일필휘지 수묵화를 그려낸다

 

잠시도 쉬지 않고 그렸다 지우고

물기 머금은 싱싱함으로

지웠다가 그리고

 

무아지경 도취되어 빗자루 붓질에

제 스스로 이리저리 쓸려 다닌다

 

 

 

*** 한 자리에서 안개가 펼치는 퍼포먼스를 감상하시라

보여 줄 듯 보여 줄 듯..

 

사알짝 열어 비춰 주고

 

다시 살짝 닫아 걸고

 

이만큼만

 

이쪽은

 

또 한쪽

 

이렇게

 

감추고

 

쓸고

 

말리고

 

또...

장마 동안 이렇게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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