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산방(단양)

해빙 4

아리박 2011. 4. 10. 06:50

- 전편에서 계속 -

 

아리산방은 2층 구조이다

아랫층은 물에 젖었지만  2층에 작은 방이 있어 잠은 윗층에서 잘 수가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집 바닥을 지상에서 50센치미터 띄워서 건축을 했다

그래서 집 밑으로 통풍이 잘 되어 건물에 습기가 차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행인지 이 설계방식이 침수를 당하면서 바닥을 말리는데 유용하게 작용한다

온통 방안이 물에 젖었는데도 냄새가 나지 않고 곰팡이가 나기 전에 포근하게 내리 쬐는 봄볕에 잘도 말린다 

 

  이번에 얼었다 녹는다는 자연현상에 대해 여러가지 경외감을 느낀다

결빙은 얼음얼이라고 하는데 물이 얼어 얼음이 되는 것을 말한다는 국어 사전의 풀이다. 맥 빠지는 풀이다.

백과사전에는 온도가 충분히 낮을 때 액체가 고체로 바꾸는 과정을 말한다고 한다. 이래 가지고서야 풀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반대로 해빙은 얼었던 물이 녹음이다. 고체가 액체로 바꾸는 과정이다

결빙과 해빙은 온도에서 비롯한다

초유체가 절대 온도에 다다라 압력을 통해서만 고체화할 수 있는 헬륨을 제외하고는  알려진 액체는 온도가 낮아질 때 결빙을 겪는다

대부분 물질의 경우 녹는 점과 어는 점이 같은 온도에 있지만 특정한 물질에서는 결빙점과 해빙점이 다르기도 하다.

이를테면 한천은 섭씨 85도에서 녹고 31도에서 고체가 된다. 이것을 열 이력현상이라고 한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 해빙의 이력현상이다

결빙되었다가 온도가 다시 올라 해빙이 되면 원래대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물리학에서 보면 그래야 한다. 그런데 그 본래대로 돌아가는 것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의 경우 결빙의 단계에는 그리 많은 변화가 발생하지 않은다.비교적 순탄하다. 그런데 해빙의 단계로 돌아 갈 때 많은 변화가 발생한다. 등산을 할 때도 올라갈 때는 그런대로 올라 갈 수 있지만 내려 올 때 다리가 더 아픈  문제가 발생하는 것과 같다

이런 이력현상을 견뎌내는 물질은 없다. 단단한 쇠도, 유연하다는 플라스틱도. 부드러운 고무도 이력현상을 다 수용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쇠가 터지고 플라스틱이 깨지고 고무가 부스러진다

특히 올 겨울에는 온수기도 얼고 세탁기도 얼고 비데도 모든 것이 다 얼었다

얼었다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해빙에서 이력현상을 겪는다. 이 복원과정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은 지극히 작은 일부인지 모른다. 다른 물질에서 다른 사회현상에서 더 큰 이력현상들이 일어나고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이러한 이력 현상은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변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결과적으로 삶의 입장에서 호조건으로 변화하는 경우도 있다.

높은 온도가 호조건인지 낮은 온도가 호조건인지에 따라.

 

사랑도 마찬가지고 생명도 마찬가지다

사랑도 얼었다가 풀리면 반드시 얼기 전의 그 상태로 돌아 가지 않은다

이전의 상태가 아닌 변화된 상태로 돌아간다

우리는 이런 이력현상 속에서 살고 있다

살면서 겪어야할  결빙과 해빙을 비켜갈 수는 없다 

결빙과 해빙을 겪으면서 이력현상에 울고 웃는다

옆지기와 나는 평소에 대화가 많지 않았다

서로가 오래 살아서 긴장이 풀려버린 무덤덤한 나날이었다

올 겨울 해빙을 겪으면서 대화의 실마리를 찾았다

물을 퍼내고 닦고 고치고 말리면서 대화의 끈을 찾은 것이다

살림살이 일로부터 시작했지만 점차 생활로 마음으로 대화의 폭을 넓혀가게 되었다

그 동안 무심했던 손도 잡아 보니 아내의 손이 따뜻함을  다시 알게 되었다

얼마만에 잡아 보는 아내의 손인가.

등에 가까이 다가가 안아 보니 살짝 빼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여보. 응'

`아잉~그러지 마'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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