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산방(단양)

해빙 2

아리박 2011. 4. 8. 02:23

-전편에서 게속-

 

방안에 물 쏟아지는 소리가 이른 봄 얼음밑에 개울물 흐르는 소리 같다는 내 말에

한가한 소리하고 있다고 옆에서 또 핀잔이다

살펴보니 순간 온수기에서 물이 벽을 타고 쏟아지고 있다

우선 원수 꼭지를 막아 쏟아지는 물을 차단 시켰다

여기에서는 겨울에 수도가 얼기 때문에 꼭지를 약간 열어 물이 항상 흐르게 해 놓고 있다

그런데 올 겨울은 너무 추워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몽땅 얼어버려 수도물 탱크에 물이 공급되지 않아 물탱크며 지하 수도관이며 다 얼고 집안에 물을 사용하는 각종 기기들도 모두 같이 얼어 버렸다. 그래서 두달 넘게 수돗물을 사용하지 못해 온 터였다

 

  아내와 둘이서 물을  퍼내고 걸레로 닦아내고 혹독한 침수 난리를 겪고 있다

마치 얼름물을 녹여 놓은 것처럼 차갑기는 왜이리 차거운가.

땅속을 거쳐 나온 물이니 지열로 조금은 다셔져서 나올 법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양말을 그대로 신고 적신 물이 얼음을 딛고 있는 것처럼 얼얼하다 

달리 방법이 없다. 우선 물이나 퍼 내야지. 

물 퍼낼 수 있는 도구를 다 동원해서 물을 퍼내고 젖은 가재도구와 젖지 않은 것을 구별하여 대강 정리했다.

쓰나미로 침수 피해를 입은 일본 센다이가 생각났다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쓰나미를 만난 것이다

 

집안 난방이 전기 판넬이라는 방식으로 되어 있는데 방안에 물이 잠겨 버렸으니 완전히 마른 때까지는 사용할 수가 없다. 전기 절략을 위해 정기 장판도 사용하는데 이것도 물에 젖어 버렸다

아예 아랫층은 물에 잠겨 난방조차 할 수가 없다.  잘못하다가는 오늘밤 잠은 한데서 잘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1층 전기 배선을 차단하고 2층에 전기를 넣어 보니 다행이 불이 들어왔다

아랫층은 젖은 상태여서 전원을 연결할 수 없으니 자연 통풍으로 말려야 한다.

작동이 가능한 전기난로를 총가동하여 방안을 말리기로 하고 틀어 놓았다

다른 사람에게 창피하니 말하지 말라며 나를 단속시키는 옆지기는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오늘은 날씨라도 화창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정신없이 치우다 보니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늦은 점심으로 가져간 돼지고기찌게를 먹으니 시장이 밥맛이라고 꿀맛이었다

그래도 가스라도 이상 없어 밥을 해 먹을 수 있어 다행이라며 쓴 웃음을 지어 보이는 옆지기가가 왠 생고생이냐며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다는 투의 얼굴이다

 

 다음으로는 가전용품 회사에 a/s를 신청했다

시골이라서 당일은 오지 못하고 회사별로 방문 날자를 지정해 주었다

이튿날 문제의 순간온수기 회사에서 도착해 점검해 보더니 안에 동파이프가 터져 물이 솟구쳐 나오는 것이였다

그래도 끝까지 물이 쏟아져서 침수를 당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자존심인가, 부끄러움인가. 아니면 아파트값 떨어진다고 쉬쉬하는 얼치기 비밀 지키기인가.

나는 지금 아내의 자존심과 부끄러움을 까발리고 있는 것이다

 

이리 저리 살펴보던 a/s직원은 다른 문제는 없다고 한다. 용점을 해서 구멍을 막아야 하는데 자기는 용접장치가 없으니 고칠 수가 없다며 이 부근 어디서 용접만 하면 괜찮을거라고 한다.

아니면 이 전체를 바꾸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비용도 많이 든다고 한다.

카센타에 가면 용접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들려 물어 보니 이런 용접은 여기서는 안되고 알곤 용접이라고 별도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답답해서 예전에 순간온수기를 설치할 때 집에 와서 작업해 준 온수기 부품점에 들려 보여 주니까 곰곰히 살펴 보더니 자기가 한번해 보겠단다.

일전에 우리집에 설치하러 왔을 때 얘기하던 중 고향이 같다고 해서 작은 선물도 하나 주고 친근감을 가졌던 기억이 있는 분이다

역시  고향이 같다는 것은 쉽게 동화되고 친근감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아마도 무턱대고 찾아간 집이라면 이렇게 성심으로 잘해 주지는 않을 것 같다

내 생각에 수선비를 받아도 많이 받아야 할 것 같은데 단돈 5천원만 주라면서 가서 해 보고 안되면 연락하란다. 자기가 와서 봐 주겠다고.

화장실 배관 용품도 몇개 샀는데 그냥 가라고 한다

얼마나 고마운지 다음에 꼭 선물이라도 해야겠다

어디서나 고향 사람을 만나는 것은 반갑고 기분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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