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산방(단양)

해빙 3

아리박 2011. 4. 9. 06:39

- 전편에서 계속-

 

 

다음에는 세탁기 회사에서 직원이 왔다

세탁기는 이불을 넣어 빨래를 하던중 얼마간 작동하다가 멈춰 버렸다

a/s직원에 이리저리 분해해 보고 나서 배수 모터가 나갔다는 것이다

세탁기에 남아 있는 물을 완전히 빼 주어야 하는데 남아있는 물이 얼었다 녹으면서 모터가 파손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잔수 제거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겨울에는 반드시 잔수를 제거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얼어서 고장이 난다고 한다

꼭 기억했다가 다음에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다짐해 본다

사실 나는 세탁기를 사용할 줄도 모르고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았다.

세탁기를 산다고 할 때도 여기서 무슨 빨래가 할 게 있다고 세탁기를 사느냐고 했지만 여름에 빨래거리 나오면 어떡하냐고 강력히 주장해서 구입하게 되었다.

그 동안 몇번 사용해 보지도 못하고 이런 사단이 난 것이다

모터를 교체하고 이것 저것 점검해 주었다

그리고 드럼세탁기는 사용팁으로 세탁물을 약간 적게 넣어야지 가득 넣으면 빨래도 잘 안되고 고장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요즘 전기제품들이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바뀌면서  일반인들은 아무리 보아도 알 수가 없다

작은 칩안에 그 작동 프로그램을 넣어 버렸으니 밖으로 보이질 않은다

옛날 기계식일 때는 작동과정을 보면 어느정도 가늠해서 고칠 수가 있었는데 요즘 것들은 통 알 수가 없다. 고장이 나면 통채로 바꿔야 한다

날로 편해지고 발전한다는 자동화되고 디지탈화 된다 것이  이렇게 사람을 점점 더 고립시키고 소외하고 있다.

사람도 고장나면 쉽게 바꿔버려야야 한다는 사고가 다 일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수돗물이 풀렸다는 소식을 받은지가 사흘전이었다

그러니까 최소한 사흘동안 물이 방안에 흘려 넘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쏟아진 물은 얼마간은 낮은데로 흘러 빠지고 얼마간은 방안에 담기고 있었던 중이었다

전기가 자동으로 차단되면서 3일전에 모든 전기기기들이 작동을 멈췄을 것이다

그런데 냉장고는 전기가 공급되지 않았는데도 내용물이 그대로 냉동 냉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냉장고속에 들어 있는 음식들이 모두 상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대로 잘 보관되고 있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가 조금만 더 늦게 왔더라면 냉장고도 더는 지켜내지 못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방안에 두었던 쌀포대는 물이 들어서 하얗게 불어 있다

고향 형님이 농사 지었다고 보내준 고향쌀인데.

 

화장실안에 비데가 있는데 얼었다가 녹으면서 배관이 새고 작동이 이상해 졌다

전원을 넣으면 비데가 작동했다가 또 다시 세정이 작동되었다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줄줄 샜다가 다시 솟아 오르기도 하고.

모든 것이 얼었다가 녹으니까 혼이 나간 것 같다. 마치 치매에 걸려 기억과 판단력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문득 그런 슬픈 생각이 든다.

나도 얼었다가 녹으면 저렇게 얼 빠진 모습일까.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아내와 주고 받은 적이 있다

후에 아파서 부득이 생명 연장을 위한 조치가 필요할 때에는 그런 조치는 하지말자. 자신도 알아 보지 못하는 아무 의미 없이 연장하는 삶은 서로가 알아서 그런 일은 하지 말자고 약속처럼 한 적이 있다.

치매도 마찬가지다. 서로에게 부담과 상처만 주는 필요 없는 단지 생명 연장은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생명 연장 조치는 하지 않기로.

 

비데의 프로그램 칩이 얼었다 녹으면서 치매현상을 일으킨다

앞으로 건조해서 사용해 보고 안되면 과감히 버려야 할 것 같다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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