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시인
월간 문예사조
2011년 1월호에
이달의 시인으로 선정되었다
시 5편과 함께
이달의 시인
- 게재한 시 중에서 -
허락
박영대
가을이 다 빠지도록 하늘 맑게 개어내고
시린 몸 적셔가며 숲의 유언까지 받드는 저 밑 물소리
밤새 나 몰라도 이제 그냥 얼어도 좋다고
늦은 달이 헐레벌떡 뛰어나와
졸음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애쓰고 버티다가 차마 제 갈 길 가지 못하고
빤히 보이는 창가에서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달에게도 일찍 나와 마중하지 않아도
느지막에 잠시 얼굴 비치고 가면 된다고
허락하였습니다
그대를 향한 인연의 줄 당겨 온 몸으로 덥히고
철철 넘치는 그리움 내 안에 담을 그릇 모자라
마음대로 하라고 이 몸 허락하렵니다
귀 기우려서 들리는
밤이 끝나도 좋다는 잠 못 이루는 산새 울음도
힘에 부쳐 마지 못한 허락입니다
숲 떠나 온 낙엽이 전하는 무명 나무들의 묵언
지키고 감당할 수 있는 경계를 넘어
작은 가슴으로 받기에 너무 벅차서
당신의 뜻대로 하여도 좋다는 허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