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김유정역에서. 봄봄 아니 가을 갈.

아리박 2011. 11. 6. 19:18

김유정의 봄. 봄 아니 가을. 갈.

 

소설 쓰는 신상조 작가와 춘천에 다녀 오기로 하였다

서로 문학적 이해도 넓히고 감각 영역도 교집해 보고자해서다

신 작가의 소설 금융가 사람들에서 대영이와 화자는 산 속 토굴속으로 문학 침잠 여행을 떠나 한달 동안 서로의 문학적 경계를 허무는 안거에 들어 간다

소설속으로 대문을 열고 들어 가는 느낌이다

 

새로 개통한 전철을 이용해서 가기로 했다

맨날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버릇에서 전철을 타려니까 야간 늙스레한 생각이 들긴 했지만 모처럼의 여유를 느껴 보고도 싶었다

용산역에서 만난 우리는 상봉역에 가서 춘천행 전철을 갈아 탔다

새로 복선 전철이 개통되고 난 후론 춘천 가기가 아주 편리해졌다

급행과 일반 전철이 있는데 천천히 가을 구경을 하면서 가기로 하고 느린 일반행을 탔다

새로 생긴 전철이 산뜻해 밖으로 보이는 가을 산처럼 깨끗하게 다가 온다

 

창밖이 훤이 내다 보이는 의자에서 신 작가와 여유롭게 나누는 문학 한담이 청명한 가을 바람처럼 맑다

신 작가는 새 작품 구상에 지금 치열한 갈등을 겪고 있는 중이다

제대로 된 문학 여행을 나온 셈이다

 

한 시간 여 시간이 여유롭기도 하고 어쩐지 내려 보고 싶은 김유정역에 내렸다

이 역에 내리면 소설가 김유정의 이야기가 가을볕 같이 우리 가슴을 따스하게 감싸 줄 것 같아서이다

원래 신남역인데 김유정을 기념하기 위해 역 이름을 바꾼 역이라 한다

그런 면에서 역 이름을 바꾼 것은 잘 한 것 같다

 

30년대 나라 잃은 비운의 역사적 현실에서 가슴앓이했던 당시의 지식인들.

어쩌면 주체할 수 없는 통한과 울분을 시와 소설로 술과 권련으로나마 불 태워 삭였으리라

 

원래 김유정은 조부때까지 이곳 신동 실레마을에서 수천석하는 부농이었으나 서울로 이사한 후 일곱살에 어머니를 아홉살에 아버지를 여위고 불우한 소년시절을 지냈다고 한다

말더듬이었다고 하니 부모를 일찍 여의고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의기 소침했던 자폐적 증상이었는지 모른다

 

연희 전문시절 의외의 당대 명창 박녹주를 열열히 사모하였으나 연하인 풋내기 유정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차디찬 실연을 당하고 이곳 실레마을로 돌아 와 야학을 열어 농촌 계몽 활동을 하면서 째지게 가난한 농촌 현실에서 타락과 방종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던 농촌 현실을 직접 체험한다.

이 시기에 그의 문학적 토양은 자양을 듬뿍 머금고 거목을 키워 낼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된다

 

다시 서울로 올라 온 유정은 시골과 도시의 밑바닥 인생들의 삶을 작품으로 쓰기 시작한다

불과 5년 사이에 이 수 많은 작품을 썼다고 하니 실연의 아픔과 조국의 현실을 꺼져가는 하층민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분출하는 열정을 마음껏 쏟아 보인 것으로 생각된다

 

산골 나그네. 총각과 맹꽁이 금 따는 뽕밭. 봄 봄. 소낙비. 노다지. 만무방. 동백꽃 등

메스레한 담배와 집필의 억눌린 압박과 함께 두 여인으로 부터 실연의 아픔은 폐병과 치질을 악화 시켰고 1937년 누이집에서 29세의 짧은 삶을 마감한 비운의 작가이다

 

아쉬운 것은 이 천재 작가가 좀 더 오래 살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양지 곁에 마른 잎을 도루루 말린 노란 꽃망울을 달고 있는 감국 한털기가 김유정 같이 빼빼 마른 몸으로 짙은 가을 향내를 뿜어내고 있었다

 

우리가 왔다고 바쁜 시간 내어 북한강물에 가을 통통 뱃살 올린 물고기 잡아 올려 매운탕에 동동주까지 대접해 준 친구 전상호 이사장의 고마움을 표식해 놓는다

 

또 춘천에서 만난 여류 작가 각시뿌니 신수정 작가와의 짧은 만남도 여기 적어 춘천을 기억하는 불씨로 살려두고 싶다.

건필을 빌면서..

 

 

소설가 김유정 생가.따뜻하게 가을볕이 가득하다.  ㅁ자집으로 집안에 연통을 두어 모기를 쫏았다고 한다

 

춘천에서 와 준 친구 전상호 이사장과 함께

 

김유정 동상앞에 선 신상조 작가 김유정과 문학 공감을 나누는 듯,, 

 

 김유정의 작품세계를 음미하며 농업 농촌의 내재한 문제들에 관점을 맞추고...

 

 짧은 생애에도 그 많은 명작들을 쏟아 놓은 김유정 동상에서

 

 사랑의 가슴앓이를 술과 담배로 달랬을 작가와 저 정자에서 동동주 한잔 생각 났다

 

김유정이 고뇌하고 아파했던 집필실 앞에서

 

 

김유정의 동백꽃에 나오는 동백은 붉은 동백이 아니라 노란 꽃이 피는 이 동박이다. 생강나무라고도 하는...

 

 

'문학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어 그 현실 비판의 의미  (0) 2011.12.10
연극 우주목 바리  (0) 2011.12.01
이달의 시인  (0) 2011.01.12
좋은 문학상 시상  (0) 2010.12.27
10신춘문예  (0) 2010.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