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
아까시 꽃 피면
이영혜 아기분 하얀 향내 밀려온다 내게서 지워진 아이들이 조막손으로 바람을 부채질하고 있는 거다 움텄던 싹들 파내고 난 후 움푹 파인 구덩이에서 피어오르던 폐사지 흙냄새처럼 싸한 마취약 냄새 크지 않는 기억 속의 아이들 흰 젖을 몽글몽글 게워내며 아까시 나무 안에서 일 년 치의 안부를 날려보낸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손사래 치며 밀어 보내는 아릿한 전언 내 빈 둥지 가득히 아기분 잊혀진 냄새 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