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길목
무더위가 아직 기승을 부리지만 내일이 처서다
세월의 흐름 앞에서는 어느 것도 흔들리게 되어 있다
더위는 물론이고 짙어가던 나무들의 색갈도 머지 않아 가을색으로 바꿔 입을 것이다
내 귀밑 머리도 요즘들어 더욱 더 가을을 타는 것 같다
이 가을은 어디로 오는 걸까
여름을 땡볕으로 묵묵히 지켜 낸 사립문으로
울창한 산줄기를 타고 내려 오는 계곡물 소리를 따라
고목나무에 붙어 있는 매미 울음소리의 애잔함에서
. . . . . . .
변해 가는 가을 색을 초록 물감으로 다시 칠한 들 어디 푸르러지랴
사립문 열어 놓고 가을을 마중하리
오롯이 열린 사립문으로 찾아오는 친구처럼 이 가을을 맞이하고 싶다
가을은 고추잠자리 날개 위에 살포시 얻져 오는 것일까
고목에 붙어 막장을 울어 대는 매미 울음처럼 처량한 것일까
물위에 뜬 나뭇잎처럼 나그네 발길 같은 정처 없는 것일까
화려하게 달아오른 가을 고추처럼 톡 쏘는 매운맛일까
유난한 여울의 물소리처럼 아쉬운 이별을 슬퍼하는 것일까
알밤 지켜내려는 성난 밤가시처럼 사랑의 집착 같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