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스크랩] 어느 며느리

아리박 2010. 5. 12. 07:04


    어느 며느리
    내가 그 집 며느리를 본 것은 불과 서너 번밖에 안 되고 그것도
    멀리서 부러운 마음과 존경스런 마음으로 바라보았을 뿐입니다. 그분의 삶의 이야기를 내게 전해준 사람은 이웃에 살던 한 여인인데, 그 또한 마음다운 마음을 지녔습니다. 그 며느리는 남편과 함께 부부교사이고 작은 며느리로서 시부모님을 모시다가 시아버님은 돌아가시고 시어머님만 남았습니다. 이 가정의 모든 경제권은 시어머니가 주장하신다고 합니다. 한번은 새 아파트로 이사하게 되었는데 며느리는 당연하게 화장실 달린 큰 안방을 어머니께서 쓰시도록 짐을 옮겼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아버님도 안 계시는데 내가 그 큰방을 왜 가느냐고 하시며 너도 이제 화장실 달린 큰방에서 한 번 살아보라고 등을 떠미셨습니다. 그러나 며느리는 정색을 하며 '어머니 방이 커야 우리가 어머님 방에서 놀고, 어머님 방에 자주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설득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방에 농이니 침대니 새것으로 장만하여 드리고 온 식구가 거기서 TV를 본다고 합니다. 시어머니는 가끔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온 오갈 데 없는 교포들을 한 두 달씩 데리고 살다가 내 보내는데 아들과 며느리가 든든한 후원자라고 합니다. 어느 날 초등학교 선생님인 며느리가 교육청에서 큰상을 받았습니다. 상을 받아 온 날 저녁에 어머니를 의자에 앉혀 놓고 큰절을 올리며 '어머니 덕분에 이 상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라고 하였습니다. 손녀들이 받아와도 그 며느리 입에서는 '어머니 재가 어머니 닮았나봐요.' 하는 말이 나온다고 합니다. 이 가정이 새 차를 산 날 선생님 내외는 세 차를 가져와 어머니를 불렀습니다. '어머니, 어머니가 가시고 싶은 곳을 말씀하세요. 오늘은 어머니가 어디라도 가실 수 있는 날이니까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네?' 새 차는 어머니가 제일 먼저 타셔야 한다는 며느리의 권유에 차에 오르셨습니다. 어머니는 꽃각시 시절 함께 예수님 믿고, 예수님 믿는다고 집안에서, 온 동네에서 함께 설움 받으며 살다가 일찍 홀로 된 형님 댁으로 가자고 하셨습니다. '형님, 이 차 좀 타세요. 형님 가고 싶은 곳 있으면 어디든지 갑시다. 얘들이 오늘은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 하니까 걱정말고 얘기하세요.' 새 차 산 날의 그 집 풍경, 정말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그 형님 되신다는 분의 며느리가 내게 이 이야기를 들려 준 분입니다. 세상 아무리 변하고 사람들 마음이 아무리 변했다 해도 이런 옹달샘 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있어서 이 세상은 유지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느 시어머님도 유명한 효자이셨다는 데 이런 말씀을 하였답니다. '좋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누군들 못하겠느냐. 까다롭고 고약하고
    괴팍한 부모님께 잘하는 것이 정말 효자지.' 하시며, 어느 동네에 효자가 있다고 하면 당신의 아들 데리고 정종 한 병과 소고기를 사 들고 찾아보곤 하였답니다.
    나는 돌아가신 부모님께 효도, 효 자(字)도 꺼낼 수 없는 불효를 자행했음을 고개 숙여 고백하지 않을 수 없는 인간입니다. 그러나 나도 효자들이 좋아 가보고 싶어집니다.

출처 : ♡주님의 신부:)주바라기의 블로그예요^-^
글쓴이 : 주바라기 원글보기
메모 :

'오늘의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양 소백산 철쭉제  (0) 2010.05.23
텃밭 첫수확  (0) 2010.05.19
아침 산책길에 만난 산꽃  (0) 2010.05.07
블로그 방문 만명  (0) 2010.04.29
국운백년 새만금 방조제(Ariul) 준공  (0) 2010.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