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설곡몽

아리박 2025. 3. 1. 11:16

   

설곡몽

                             박영대
 
 
알아서 건너 뛰었을까
어쩔수 없이 맞서나선 현해탄 파도
 
그때의 삶이었고 그때의 나라였다
시계를 빼앗긴 세상에서 제깍거리는 숙명으로
교실 칠판 앞에서 시간표와 마주 서다
 
추운 겨울을 풀어 하얗게 피어낸 꽃눈물
눈물로 못치른 계절 몫에는 살을 에이는 바람이 불고
흐드러진 벚꽃 씨름판에 조국을 빼앗긴 설음이 밑천이었다
그 언 손으로 키워낸 새싹은 얼마이었던가
 
한눈팔 틈조차 없이
손에 감아쥔 퍼런 서슬 하나로 외줄버티기
안에다만 감춰두고 들키기 싫은 뼈돋친 바람가시
한참 지나고 나서야 눈에 밟히는 말하지 못한 그때 그 침묵들
 
낯익은 얼굴로 피어나 꿈이 될 때까지
다그치고 다그치는 소리소리, 매서운 소리
한 데서 몰아치는 북서풍에 손 시리다
 
그때의 인고 없었으면
그때의 견디어낸 부끄러운 차림 아니었으면
 
온기로 가슴 데운 순천의 몽땅 다
이제사 꼬오옥 끌어당겨 온몸을 덮는다
 
그 하얀 이불
 
 
 
 
*** 설곡 오재조 1926.  1.  11  탄신
                         2021.  3.  26  선종
             장영희 1928. 11.   4  탄신
                         2020.  2.  24  선종
 
    곡성에서 태어나 유년시절 일본에 건너가 수학하고 귀국하여 학교 교사로 근무하시다가 순천관내 교장선생님으로 퇴임하였음
    슬하에 3남3녀 자녀들이 설곡회(회장 오연종)를 구성하여 부모님 추모행사와 후손들의 모임을 활발히 하고 있음
    -2024년 7월 설곡가족 홍콩 여행
    -2025년 2월 설곡가족 대만 여행 
 
 
 

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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