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매화분에 물을 주어라. 단양 사랑 이야기
단양 단풍의 절정인 구담봉과 강선대가 바라다보이는 장회나루
퇴계 이황 선생과 두향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잠잠한 청풍호수에 물결로 서려 철썩이고 있다
퇴계 선생의 마지막 유언 말씀이 '저 매화분에 물을 주어라' 였다
퇴계 선생의 진정한 여인은 두향이었다
두향 또한 퇴계 선생을 평생 인연으로 모셨다
역사적으로도 검증된 단양의 러브스토리 완결판 ~
12개의 매화꽃잎 사랑 이야기 ~
상원사 동종(국보)은 안동에 있던 종루에서 옮겨다가 설치한 종이다
운반도중 소백산 죽령을 넘는 길에 동종이 길바닥에 꼭 붙어 아무리 해도 움직이지 않는다
길 가는 도승이 저 있던 곳에서 떠나가니 동종의 마음을 풀어 주는 제를 지내라고 했다
제를 지낼 때 종의 종유를 하나 떼어서 그 자리에 묻고 제를 지냈다
두향이 퇴계 선생과 만나 인연을 맺는 날 저 미물인 동종도 종유를 떼어 죽령재에 바쳤는데 소녀도 저고리를 벗을테니 저 은장도로 저의 가슴의 끈을 잘라 주십시오 이렇게 한 후 인연을 맺었다
일년도 안 되는 짧은 사랑의 시간을 보내고 생이별의 그리움을 삭이고 지내다가 퇴계가 죽자 장례를 치르고 돌아와 저 강 건너 강선대에서 남한강에 몸을 날려 퇴계선생에게로 갔다
장회나루 강선대가 바라다 보이는 곳에 이 사랑을 새기는 퇴계. 두향공원이 만들어져 있다
일년 열 두달 열 두개의 돌에 퇴계와 두향의 사랑이야기를 매화꽃돌에 새겼다
아름다운 사랑은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한다
때는 바야흐로 조선 13대 명종 무렵 대학자 퇴계 이황은 지천명이 가까워 올 무렵 한양에서 벼슬 생활을 하다가 조정이 어지러움을 개탄하고 여러 이유로 낙담하여 인생의 깊은 번뇌에 빠져 있었다 그리하여 임금께 청송부사로 보내달라 청하였고 1548년 1월 단양으로 오게 되었다 48세로 단양군수를 제수받아 부임하게 된 퇴게는 7남1녀 중 막내 아들로 태어나 생후 7개월만에 부친을 여의였고 홀어머니 밑에서 힘든 어린 시절을보냈다 그 후 입신하여 아들 둘을 낳았고 첫부인, 둘째 부인과 도 사별하였다 또한 단양에 온 후로 둘째아들 재를 죽음으로 떠나보내게 되어 견디기 어려운 슬픔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퇴계는 임지인 단양에서 백성들을 보살피는 일에 전념을 다하여 자신에게 닥친 불행과 심신을 추스르고 있었다
그때 문득 단양 관아의 마루 저쪽에 화분 하나가 눈에 들어 왔다 유난히 매화를 아끼던 퇴계는 매화 향기에 취해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 이 매화는 무엇이냐?' 하고 묻는다 이는 단양의 관기 두향이 보낸 매화였다 두향은 조실부모하여 퇴기 변씨에게 길러지면서 기적에 오르게 되었다 얼굴과 몸매가 아름다웠거니와 거문고와 시문에도 능하였고 난과 문해에도 솜씨가 있었다 두향이 사별한 어미로부터 물려받아 그 동안 애지중지 기르던 분매를 높은 인격과 매화사랑이 남다른 퇴계의 처소에 옮겨 놓은 것이다 퇴계는 매화를 보고 반기는 듯 하였으나 백성의 물건을 취할 수 없다하여 이를 돌려 줄 것을 명하였다 그러나 다음 날 두향은 매화분에 관한 자초자종을 아뢰고 매화분을 곁에 두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으시어 단양 고을을 잘 다스려 줄 것을 아뢰었다 그 이후에 퇴계는 그녀의 고운 뜻을 존중하여 그 나무를 동헌에 심도록 하고 즐겼다
매화에 의한 만남 이후로 퇴계와 두향은 매화에 대한 시화를 짓기도 하고 옛 시인 두보 매화시에 대하여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며 가까와지게 되었다 퇴계는 시문에 능한 두향을 애지중지하게 되었고 두향이도 학문과 도덕이 높은 퇴계를 흠모하고 존중하여 가까이서 모시게 되었다 퇴계는 또한 거문고 연주에 능한 두향을 통해 거문고 선율을 들으며 그간의 슬픔과 군정의 노고를 조금씩 씻어가고 있었다 금보가를 지어 음악과 거문고에 대한 애정도 놓지 않았다 두 사람은 신분의 차이를 뛰어 넘은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며 매화의 향기처럼 달콤하고 고혹한 사랑에 빠져 들었다
두향에게 신산한 매화의 느낌을 받은 퇴계는 매화를 인격화 빙옥처서라 부르며 아꼈으며 스스로를 혹애매라 칭하기도 할 정도로 매화를 사랑하였다 그런 매화 향기를 나누고 불우한 시절에 대한 동병상린으로 두 사람의 교우는 점점 깊어갔다 일찍이 퇴계는 첫째 부인 허씨가 자식 둘을 낳고 일찍 세상을 떠났고 나라의 비정함에 실정한 권철의 여식을 둘째 부인으로 거두어 살았는데 자신의 몸을 맞추어 심신이 온존치 않은 부인을지극히 아끼고 사랑하였다
퇴계는 여성을 남성보다 낮은 존재로 여기지 않았으며 둘째 부인이 낳은 자식도 자신의 족보에 올리며 적서를 차별하지 않았다 또한 스스로 검소하고 여재를 털어 척박한 땅과 극심한 가뭄으로 생업이 힘든 백성을 살피고 구제하는 데에 소홀함이 없었다 사물인 매화를 사람 대하듯 존중했던 퇴계는 인과 경의 정신을 실천한 대학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가여운 고을 백성을 생각하며 가난한 공직생활을 이어가는 퇴계에게 두향은 더없이 소중한 존재로 다가오게 되었고 생활의 유일한 활력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봄날에 늦게까지 고을 백성을 살피다가 돌아온 퇴계는 또 다시 두향이 두고간 분매화의 향기에 이끌려 마음속 사랑을 꺼내어 두향의 품에 안게 되었다 기나긴 겨울을 견디어 가장 먼저 품의 향기를 전하는 매화처럼 퇴계에 대한 존경과 정성을 다한 두향에게 퇴계는 밤에도 시흥을 얘기하는 긴한 존재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퇴계와 두향이 함께 지었다 전해지는 매화시 도수매倒垂梅
꽃 한송이 고개 돌리고 있어도 그 미워함이 견디기 어려운데
어찌하여 모두 거꾸로 매달리고 매달려 피었단 말인가
이리하여 내가 몸을 낮춰 꽃 밑에서 올려다보니
고개를 치켜든 꽃머리 하나하나마다 마음 다가오는 게 보이도다
몸 사랑을 통해 인간은 생명의 비밀과 기쁨의 원천을 알게 된다고 믿었고 상열은 본성에 대한 예절이며 기초적인 도덕이라 여기었다
동방예의 나라라는 격에 맞도록 남여의 사랑도 소중한 가치로 생각하였다
달빛은 스며들고 퇴계의 고고함을 잃지 않은 사랑은 두향의 입술속에서 매화향기로 번지고 있었다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향기로운 밤을 보낸 이후 두사람은 산수를 거닐며 즐기고 고귀한 정을 나누었다
두 사람은 강선대에 앉아 시로써 화답하였다 또한 두 사람은 단양의 경치 좋은 내용을 한가지 어휘로 묶어 부를 것을 생각하였다 퇴계는 이 경치 좋은 여덟 곳을 단양팔경으로 명명하려 하였으나 문제가 있었다 두향이 그 내용을 듣고 보니 그 중에 옥순봉은 그 당시 단양땅이 아니라 청풍 관활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때 두향은 출생한 두향 마을이 바로 옥순봉 근처라 어렸을 때부터 그러한 내용을 잘 알고 있었고 두향이 퇴계에게 옥순봉 관할의 이웃 청풍군수에게 찾아가 타협을 보면 어떻겠느냐는 생각을 전하였다 이에 퇴계는 청풍군수를 찾아가 상의하고 옥순봉에 단구동문이라는 커다란 글씨를 새겨 놓았다
단양의 석공들이 이 소식을 듣고 찾아와 깊게 새기니 오늘까지 그 암각문이 전해온다
퇴계는 두향과 함께 아름다운 산과 강물의 여덟 풍광을 명명하여 노래하였다
제1경은 사인풍병(사인암)이요
제2경은 구로보담(구담)이라네
제3경은 삼도암(구담삼봉)이요
제4경은 석미삭월(석문)이라네
제5경은 휘암무천(선암)이요
제6경은 겸선공수(쌍룡공)이라네
제7경은 여인여산(와룡곡)이요
제8경은 잠대윤향(강선대)이라네
현재의단양팔경은 도담삼봉은 남한강의 수면을 뚫고 솟은 세 봉우리로 정도전의 호를 따 이름 지었다 석문은 수십 척의 돌기둥에 무지개 형상의 돌다리가 걸려 있는 형상이다 구담봉은 거북이 모양의 장엄한 기암괴석이며 옥순봉은 흰색에 주목 옥순봉이라 하였다 사인암은 덕절산 줄기에 깎아지른 강변을 따라 치솟아 있다 하선암은 삼층의 넓은 바위로 봄의 철쭉 가을 단풍이 절경을 이룬다 중선암은 흰색의 바위가 층층대를 이루고 있으며 상선암은 작고 올망졸망한 바위와 벽계수가 있는 절경이다
두향은 관가에 들어 오면서 집에서 돌보던 백매와 홍매 두 분을 가져와 퇴계의 방에 놓아 두었다 은은한 매화 향기는 퇴계와 두향의 교감이었다 그러나 회자정리라고 아니 이 두 사람간의 이별의 시간은 너무도 빨리 찾아왔다
퇴계의 친형인 이 해가 충청감사로 부임하게 되어 상피제도 때문에 풍기군수로 전입하여야 했다 퇴계는 단양 백성을 진심으로 어루만지다가 두향을 곁에 두고 아끼다 겨우 9개월만에 단양 땅을 떠나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이별이 가까이오자 애가 끓었다 관기를 데리고 갈 수는 없는 지라 퇴계는 결국 두향을 혼자 두어야했고 떠나기 전 마지막 밤에 마주 앉아 애절한 두보의 시를 주고 받으며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죽어 이별은 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살아 이별은 슬프기 그지 없네
그렇게 짧은 밤은 긴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음 날 퇴계가 풍기군수로 전임되면서 꾸린 짐속에 두향 매화분 한 개와 수석 두 개를 넣어 두었다
아때 두향이 전한 청매는 아직도 도산서원 뜰 한쪽에서 그윽한 향기를 번지고 있다
퇴계가 풍기군수로 떠난 후 두향은 기녀 생활을 하는 것이 잠시 동안이나마 모시던 분의 인격에 대한 누가 될까 생각하고 관기 생활을 정리한 후 평생을 수절하면서 퇴계를 그리워 했다
두향이 강선대에서 겸양의 상징인 거꾸로 꽃을 피우는 수양매를 보면서 눈물의 세월을 보냈다
그렇게 두 사람의 그리움은 쌓여가고 퇴계가 관직에서 물러나 말년을 안동 도산서원에서 지낼 때 어느날 두향이 인편으로 난초를 보내왔다 퇴계는 단양에서 함께 기르던 것임을 알아 차리고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튿날 새벽에 일어나 자신이 평소에 마시던 우물물을 두향에게 보냈다. 이 고귀한 우물물을 받은 두향은 이 물을 새벽마다 일어나서 퇴계의 건강을 비는 정한수로 소중히 다뤘다 그리고 두향과 이별한지 몇 해 지난 어느 봄날 퇴계는 인편에 시 한 수를 두향에게 보냈다 두향은 죽기 전까지 매일매일 거문고에 이 시의 슬픔을 실어 노래로 불렀다
누런 책속에서 성현을 대하면서
텅 비고 밝은 방안에서 초연히 앉아 있네
매화 핀 창가에서 또 봄소식 보는구나
거문고 바라보며 줄이 끊어졌다 한탄하지 마라
퇴계는 매화를 무척 사랑하여 죽을 때까지 92제 107수의 매화시를 썼으며 그 중 62제 71수를 모아 '매화시첩'이란 책을 엮었다 이는 두향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이 매화시로 이어진 것인지 모른다
시를 지으면서 그의 가슴에 두향의 매화나무를 심은 것이다 두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매화에 대한 그리움으로 비유적으로 이야기하였다
퇴계가 생의 마지막 즈음에 지은 매화시
전신응시명월 - 내 전생에 밝은 달이었지
개생수도매화 - 몇 생이나 닦아야 매화가 될까
퇴계는 선비답게 인연을 끊고 사랑하는 매화를 두향이 보듯 하면서 늙어가는 초췌해진 자기 모습이 부끄러워 매화화분을 다른 방으로 옮기라고 하였다
마침내 1570년 12월 8일 숨을 거두기 직전 퇴계는 '아들에게 저 매화분에 물을 주어라' 라는 유언을 남겼다 두향을 잊지 못한 것이다 퇴게는 생의 마지막 날에 주변과 침상을 정돈한 후 단정히 앉은 자세로 숨을 거두었다 위대한 대학자를 잃은 아들은 번개구름과 비를 쏟으며 슬픔을 토해내고 있었다
하늘이 흐린 어느날 퇴계가 보낸 정화수가 핏빛으로 변함을 보고 퇴계가 별세하였다고 느낀 두향은 소복차림으로 단양에서 안동 도산서원까지 사흘을 걸어서 찾아가 먼 발치에서나마 장례 모습을 보고 큰 절을하며 고은님과의 안녕을 고했다 그리고는 걸음걸음 눈물을 흘리며 단양 강선대로 돌아와 식음을 전폐하고 아침저녁으로 상식을 떠놓고 안동쪽을 향해 절을 하고 곡을 했다 그러기를 몇 날 며칠 해를 넘겨 곡기를 일절 끊고 슬퍼하던 두향은 퇴계에 대한 슬픈 그리움을 못이겨 퇴계가 써 준 홍애일매 서지로 얼굴을 감싸고 검푸른 빛이 감도는 깊은 남한강에 자신의 몸을 던지게 되었다
이른 봄 강선대에 피었던 매화꽃도 강물 위로 슬피 흩날리고 있었다
죽기 전 두향은 자기가 죽거든 퇴계선생과 매화와 시와 사랑을 이야기하던 강선대 아래 묻어 달라는 말을 남겼고 이에 동네 사람들은 두향의 유언대로 강선대 아래 묻어 주었다
그러나 몇 백년이 지나 두향의 무덤이 물에 잠기게 되었고 후에 강선대가 바라다 보이는 높은 곳으로 옮겼다
현재 두향의 무덤은 장회나루에서 강선대 방향으로 물 건너에 있고 지금은 배를 타야 다다를 수 있다
두향이 죽고 450여년이 지난 후에도 두향의 퇴계를 향한 높은 절개를 기리는 이들이 있다
단양에서는 전설을 넘어 매년 두향제를 올리며 두향과 퇴계와의 애통한 사랑을 추념하며 그 붉었던 두향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두향이 살아 이별할 때 퇴계 선생께 전했다는 매화분재와 단양 수석을 조형화한 공간으로 매화나무에 맑은 물을 주고 한쌍으로 이루어진 두 개의 양석 음석을 진실한 마으믕로 쓰다듬으면 당신께서 소원하는 모든 일이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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