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알농사

고구마순 나물

아리박 2022. 10. 11. 12:26

고구마순 나물과 된장의 오덕

 

  기온이 갑자기 몰아부치는 통에 바람도 덩달아 불고 비도 내려 온 몸이 감기 기운에 기침까지 난다

혼자 지낼 때는 이층에서 지내면 온기가 위로 올라와 난방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엊그제부터 갑자기 그렇지가 않다

TV에서 설악산에는 첫 눈이 내렸다는 방송이 나온다. 대청봉에서 중청봉으로 내려가는 능선에 하얗게 내린 눈이 화면을 스쳐지나간다

 

  집사람을 불러서 아리산방에 도착하는 날이 이삼일째 가을 비 오고 바람 불고 쌀쌀하다

비 중에서 가을 비는 아무 쓸 데가 없다는 옛말이 있다

밭에 일 좀 하려고 하는데 추적거리니 뭘 할 수가 없다

텃밭에 지금 남아있는 것은 고구마와 고추 뿐이다

 

  혼자 있을 때는 하기 싫어서 그냥 두고 있는데 둘이가 되니 고구마 수확을 하자고 한다

삽과 괭이로 파서 수확하는 일이라서 땅도 질고 힘이 든다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면 고구마를 캐는데 흙속에서 튀어나오는 고구마가 어찌나 붉은지!

밤고구마인 것 같다. 유난히 붉은 색이다

올해는 고구마 심어서 고구마순으로 여름 한 철을 보낸 것 같다

고구마순을 뜯어서 삶아내고 된장에 주물럭거려 간을 맞추면 더 이상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이 사실은 얼마전 아리산방을 방문한 여류 문인들이 여름밤 별 아래서 불을 지피고 고기를 굽자고 하는데 고구마순이 더 맛있다며 이쪽을 선택했다. 1박2일 있으면서 고구마순 무침만 먹고 간 일이 있다

이 문인들에게 증인을 서 달라고 하면 흔쾌히 증명해 줄 것이다

처음에는 고구마순 무치는 방법을 집사람에게 물어서 만들었는데 이제 내가 더 맛깔나게 무치는 것 같다

보통은 껍질을 벗겨내고 하는데 해 보니 껍질을 벗기지 않은 고구마순이 더 괜찮은 것 같다

다만 껍질을 벗기지 않고 할 때는 삶는 시간을 약 10분 정도 삶으면 부드럽게 삶아져서 먹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삶는 정도가 식감을 좌우한다

오히려 껍질을 벗기면 삶을 때 살이 쪼개져 나와 섬유질 손실도 심하고 저작감이 덜하다

그리고 연한 잎을 약간 같이 무쳐주는 것이 된장을 잘 풀리게 하고 부드러움을 더해 주어 풍미를 더 한다

간장에 조리는 방법이 있는데 간장보다 된장무침이 더 좋다, 좋은 된장이 필수다

여름내 고구마순 나물을 만들어 먹었는데 이 방법을 잊어버리지 않고 내년에도 고구마순 무침을 만들어 먹어야겠다.

마지막 고구마를 캐려고 하니 아쉬운 생각이 든다

고구마 수확보다 고구마순 나물이 올 여름내내 내 입맛을 책임져 주었다

내년에는 일찌기 고구마를 심어서 고구마순 나물로 섬유질과 입맛을 길들여야겠다

고구마순은 맛이 그렇게 순한 맛이다 사람으로 치면 순수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마음을 터놓고 싶고 더 오래 사귀고 싶게 한다

걷어낸 고구마순을 다 따서 냉장고 보관해 두고 일부는 말리고 고구마순 사랑에 빠진다

 

 

여기서 된장의 오덕에 대해 그냥 넘길 수 없어 적는다

 

첫째 丹心이다

결코 변치 않는 정성어린 마음이 단심이다. 된장은 다른 음식과 섞여도 결코 자기 맛을 잃지 않는다

제 맛을 잃지 않는 덕이 단심이다

 

둘째 恒心이다

변함없이 늘 지니고 있는 떳떳한 마음이다. 된장은 오래 두어도 그대로다

오히려 더 깊은 맛을 낸다

 

셋째 無心이다

세속적인 욕망이나 가치 판단에서 벗어난 마음 상태다

된장은 각종 병을 유발시키는 기름기를 없애준다. 이렇게 좋지 않는 기름기를 조건없이 없애주는 된장이 무심이다

 

넷째 善心이다

선심은 착하고 선량한 마음으로 부처와 같은 자비스러운 마음이다

된장은 매운 맛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다섯째 和心이다

화심은 화목한 마음으로 잘 지내자는 의미이다

인간이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말한다

된장은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이룰 줄 안다

 

 

 

 

고구마순

 

고구마밭

 

 

밤고구마

 

호박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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