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알농사

가을날 하루치의 허비

아리박 2020. 10. 19. 03:44

가을날 하루치의 허비

 

어쩐지 쉽게 옆지기와 함께 아리산방을 찾았다

서리가 내릴 때가 되었으니 집안 단속을 해야한다나 뭐라나,

직접 와보니 기대하지도 않았던 무우가 입맛을 동하게 하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심정으로 뿌려둔 갓이 욕심 나리만큼 넓직한 잎을 풍선다발처럼 둥글게 하늘로 자라고 있다

올 때부터 작정하고 온 옆지기는 젓갈과 고추가루를 준비하고 왔다는 걸 보면 나는 그냥 온 것이고 저 사람은 마음 먹고 온 것이 분명하다

하루 종일 붙들려 집사람 김장 보조가 되어 가을날을 허비했다

무우 뽑기,  무우 다듬기,  갓 뽑기,  갓 다듬기,  무우 시레기엮기 . . . . . 

우리가 다 먹기에도 넘치는 분량의 갓김치 김장 작업을 허리 뻐근하게 한 하루다

집사람 깊은(?) 생각대로 새봄을 기대하고 땅을 파서 고르고 마늘까지 심으란다

풋마늘 먹는다고

올 농사중에 갓농사를 가장 잘했다고 그것도 칭찬이라고 오늘 하루치 일당이라며 건네 준다

덕분에 향기 톡쏘는 갓 김치에 따끈한 밥을 얻져 먹을 생각에 입안에는 침이 돈다

가을빛 부서지는 은가루가 쏟아지는 가을날 하루를 이렇게 허비하고 말았다

 

 

 

아리산방 터알 농사

 

주변을 둘러보면서 

가을속에 당연한 것과 이상한 것이 혼재하는 걸 본다

사진으로 확인해 본다

 

가을이니까 당연한 것들.

함초롱한 가을날 아침

 

구절초와 삶

 

가을빛 쏟아지는 마당 한 켠

 

가을을 다 차지하고 있는 황국

 

가을이니까 이상한 것들.

 

때를 잘 못 잡은 덜 떨어진 장미

 

지금이 어느 땐데 .....

 

겨우살이 준비한다고 무우 김치와 갓김치 담그는 것은 당연일까? 이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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