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알농사

뭉게구름같은 느타리 버섯을 만나다

아리박 2020. 9. 26. 08:33

 

구름같은 느타리버섯

 

벌레가 많아 펼쳐 놓았다

 

담아보니 큰 쟁반에 두 개 ( 12kg )

 

뒷산으로 산행을 나섰다
이 때쯤 산에 가면 가을 열매들이 단맛을 품고 기다리고 있다

머루 다래가 산속에서 외롭게 천둥과 태풍과 햇빛과 달빛을 받아 맛으로 고아놓은 단맛주머니를 만들어 놓고 기다리고 있어 찾아 나섰는데 가지에 열매가 하나도 없다
올해 유난히 긴 장마 영향인지 구슬처럼 달려있어야할 가지에 휑하니 열매 하나가 없다

높은 지역이라서 초록색 잎들도 거뭇거뭇 반점을 남기고 단풍으로 물들어가고 있는데
아쉬운 마음으로 터덜터덜 비탈을 내려오고 있는데 흰 구름 한 무더기가 눈에 띈다

확인을 위해 사진을 찍어서 자연인에게 보내고 물어보았다. 

느타리버섯이라는 답변이 왔다

올려다보니 아름드리 고사목 가지 사이에 하얀 뭉게 구름이 피어나고 있다
파아란 하늘에 뭉게 구름이 겹겹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것 같다
둘러보니 아름드리 통나무를 안개 감싸듯이 휘감고 장관을 이룬다

덜컥 숨이 막히는 공포감과 희열에 소름이 돋는다

 

 

높이는 두 길 넘는 위치에 허옇게 뭉게뭉게 돋아나 있다

애기 살결 같은 하얀 보드라움이 너울너울 구름 층을 이루고 있다

조심스럽게 통나무 가지에 발을 걸치고 올라 자세를 가다듬고 연인의 몸을 품듯 안아 본다

손에 닿는 촉감이 촉촉히 농익은 여인의 살결같이 곱다

느타리 안에 숨겨 펼치고 있는 얇고 떨리는 날개깃은 하늘에 떠 있게 하는 바람개비

구름속에 온 몸이 포근히 안긴 고마운 느낌이다

손끝에 와닿는 이렇게 촉촉하고 보드라운 느낌은 또 처음이다

 

올 가을 농사는 이 느타리버섯 만난 것으로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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