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 자. 길. 호. 신. 대. 일. 칠. 남
박 영 대
기동굴은 밥그릇이었고 구시내는 반찬이었어
가뭄 들어 한 해 말고는 밥 골아 본 적은 없었으니까
그땐 그랬지
그렇게 사는 거라고
호랭이 등림양반 성깔에
한없이 가지런한 등림댁
호통 소리 치마폭에 다 받아내고
아홉을 이렇게 키워 놓았습니다
칠룩나무 같이
앞일을 다 아셨던가요
아홉 가지 이렇게 다 잘 클 줄을
하얀 꽃 맑은 향기 길가의 지천이어도
내 품 안 최고의 자랑거리
그때 그 자리 아부지 어매
하늘로 갈 때 놓고 간 그 흰 꽃
아무리 따라 하려 해도
가시 찔린 눈 하나까지 바칠 자신 없어
많지도 않은 새끼들
수발하느라 허둥지둥합니다
이제사 그리움에 메어
눈시울 먹먹하게 젖는 이 밤에
아홉이 열 여덟 되어
차레상 앞에 절 올립니다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한 오백 년 살지는데 웬 성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