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현해탄 밟고 서서

아리박 2017. 12. 28. 08:15

玄海灘 밟고 서서


                            박  영  대

 

꼭 말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별고 없이 멀쩡한 것을


누구에게는 그저 여울이겠고

누구에게는 그저 옆 마당쯤이었을 게지

 

비켜 후미진 모서리에

눈밖에 벗어난 흘림도 여히 있었을 게지

 

死角 구석에서 괴 새끼 한 마리 그리 주목하겠나 싶은

허점 주머니에 고인 철천지한

실수였어

철천지한 실수였어

 

숨긴 낯짝에는 비굴이 흐르고

교활의 실로 짠 헝겁데기 두르고

어둠 속에 숨어서 때를 기다린 거지

 

입술에 침도 안 바른 술수

기생초 같은 염치

야비하게 핀 살모화

옆집 담장 넘어 범접하고 있는데

여기에다 도덕을 갖다 놓고 떠멕이고 있었네

이 선량들은

 

바른 글자만 긋다가

유유하게 강물처럼 살다가

헝클어진 그물코에 끼고 말았네

 

모성에 흡혈하는 뻔뻔한 호로자식

위에서 바라보니 저간의 사정 다 보이는데

저 밑에서 보는 바다는 아는지 모르겠어.

 

            *** 2018. 12. 16부터 2박 3일간 윤동주 시인 추모 문학기행을 일본 후쿠오카로 다녀 왔다

                 윤동주 시인이 복역했던 후쿠오카 형무소. 생체실험이 행해졌던 규슈대학 의학부. 후쿠오카 화장장을 들렀다

                 가는 길은 윤동주 시인이 갔던 뱃길을 따라갔다

                 윤동주 시인과 민족 선조들이 건넜을 대한 해협(현해탄)을 건너면서 많은 회한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당시 유학생 징용자 위안부 등 선조들은 본의든 자의든 이 한의 뱃길을 오가면서 일제의 핍박과 수난을 고스란히

                 겪어야만 했다

                 이 길은 당시 조선을 옥죄인 쇠사슬이었고 수탈의 통로였다

                 이 한의 뱃길을 따라가면서 참으려 누르고 눌렀지만 너무나 억울함에 뛰쳐 나오는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현해탄을 밟고 서서

 

   부산항을 떠나 현해탄을 밟으러 가는 시인들

 

  부산 광안대교

 

   부관 연락선 성희 페리

 

 

  현해탄은 무심하고

 

   시모노세키항은 멀쩡하게 그대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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