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어두침침한 나이

아리박 2017. 11. 26. 14:19

어두침침한 나이

                               박  영  대

 

가지와 잎의 경계에서

내 몸 구백 냥이 단풍들다

 

변색하면 어두침침 탈색이란 걸

바람 불면 머잖아 이별이란 걸

수직 수평 없는 바다로 흘러드는 색의 소실

가을이면 이도 저도 끝물이라던가

 

푸른 기라고 어디 다 청춘뿐이더냐

흰색도 흑색도 아닌 바다 바탕색으로

초점부터 흐물해지는 어쩔 수 없는 억지 수락

 

당해내는 무색의 수모보다

뻔히 드러난 꼿꼿한 가시의 자존심이

쌓인 시간처럼 둥글어질 수만 있다면

그 부르기 좋은 푸른 기 이름자 하나 더 보태

덜 보고 덜 알아도 되는 해록색海綠

굳이 마다하지 않으려고.

 

 

 

 

  흐려지는 해록색 노안

      

 

 

 

 

            * 눈병 중에 백내장과 녹내장이란 병이 있는데 백내장catarect은 수정체에 부옇게 백색으로 이물질이 끼는 걸 말하고

              녹내장의 어원은 히포크라테스 경구에 녹내장을 glaucoma라는 병명으로 표기했다

              glauco는 海綠色의 바다란 말이다. 그리스어로둡고 희미한 색을 이름이다

              그리스어가 들어 오면서 우리 말로는 어두침침 정도의 말이 녹내장으로 번역되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눈이 녹색으로 변하는 것과는 상관없다

              녹내장은 안압이 높아져 시신경이 손상되어 시력이 약해지고 머리앓이가 따르고 차츰 시력을 잃어가는 병이라고 한다.

 

 

 

  가을이면 이도 저도 끝물이라던가

 

 

  가지와 잎의 경계에서

  푸른 기라고 어다 다 청춘뿐이더냐

 

 

 

   수직 수평 없는 바다로 흘러드는 색의 소실 ( 이지우 작품. 무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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