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고 있네요 / 박영대
비 맞아 젖고 있네요
소리내어 읽은 시가
어느 집 창 앞에서 하고 싶은 말
전하려다
언젠가는 고백으로
입안에서 맴돌던 그 말
소리되어 나오지 못하고 부끄럼으로 고삐 채워져
땀에 젖는 비처럼
바람에게 맡겨진 비처럼
어느 창문에 부딪쳐
가슴 조각들로 부서지고 있네요
비가 되기 전 수증기로 떠 올라
구름속에서 키워 온 물기 먹은 다짐
공중에만 머물 수 없는 무게로
비의 날개를 펼치며
날아라
날아!
젖은 내 목소리
흔들고 두두려도
곤히 잠든 밤은
두꺼운 유리창 안에서
밖에 젖는 시어들을 알아 채리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