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비 맞고 있네요

아리박 2012. 1. 18. 19:49

비 맞고 있네요 / 박영대

 

비 맞아 젖고 있네요

소리내어 읽은 시가

 

어느 집 창 앞에서 하고 싶은 말

전하려다

 

언젠가는 고백으로

입안에서 맴돌던 그 말

소리되어 나오지 못하고 부끄럼으로 고삐 채워져

 

땀에 젖는 비처럼

바람에게 맡겨진 비처럼

어느 창문에 부딪쳐

가슴 조각들로 부서지고 있네요

 

비가 되기 전 수증기로 떠 올라

구름속에서 키워 온 물기 먹은 다짐

 

공중에만 머물 수 없는 무게로

비의 날개를 펼치며

 

날아라

날아!

 

젖은 내 목소리

흔들고 두두려도

곤히 잠든 밤은

두꺼운 유리창 안에서

밖에 젖는 시어들을 알아 채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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