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술친구

아리박 2012. 2. 3. 08:28

술친구 / 박영대

 

앞산이 내 술판에 끼어든다

달 걸음으로 지나다가

 

눈 여겨 산속 헤메다 담가놓은 이야기

곰곰 삭아서 우러난 술기

주거니 받거니

 

숱하게 밟힌 줄기 살려낸 안개의 흰 눈물과

철철 붉게 익힌 백번 손 간 바람의 정성 덩어리

깊이 숨어 지킨 묵은 뿌리의 정조를

 

백날을 기다려서

숨 막히게 기다려서

울어서 짜낸

허락의 술 방울

 

한 자리에서 통째로 한 생을 마신다

한 잔에 통째로 온 숲을 마신다

 

술잔에 이끼 끼는 소리가 들린다

달빛이 몸통 한번 불끈 덩쿨처럼 감는다

세월을 안은 바위가 참아낸 인내를 쏟아낸다

 

오늘이 참 좋다

술친구가 있어 참 좋다

술기운으로 큰 소리 한번 친다

 

누가 산중이라서 혼자라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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