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친구 / 박영대
앞산이 내 술판에 끼어든다
달 걸음으로 지나다가
눈 여겨 산속 헤메다 담가놓은 이야기
곰곰 삭아서 우러난 술기
주거니 받거니
숱하게 밟힌 줄기 살려낸 안개의 흰 눈물과
철철 붉게 익힌 백번 손 간 바람의 정성 덩어리
깊이 숨어 지킨 묵은 뿌리의 정조를
백날을 기다려서
숨 막히게 기다려서
울어서 짜낸
허락의 술 방울
한 자리에서 통째로 한 생을 마신다
한 잔에 통째로 온 숲을 마신다
술잔에 이끼 끼는 소리가 들린다
달빛이 몸통 한번 불끈 덩쿨처럼 감는다
세월을 안은 바위가 참아낸 인내를 쏟아낸다
오늘이 참 좋다
술친구가 있어 참 좋다
술기운으로 큰 소리 한번 친다
누가 산중이라서 혼자라 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