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선암 얼음 풍경
연말이라서 아리산방에 왔다
요즘 날씨가 영하 15도를 오르내리고 있어 맹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아파트에서도 추위를 느끼는데 아리산방 가자고 하니 이 추위에 간다고 투덜거린다
날씨에 때문에 마음먹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예 마음에 두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게이치 않게 일을 진행시킨다
31일에는 이미 동해안 리조트에 예약을 해 놓아서 가야하니 미리 아리산방에 가서 하루를 지내고 바로 동해안 속초로 가면 될 일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아리산방에 왔다
아리산방에 오면 가까운 하선암 부근을 돌아보게 되는데 온 세상이 꽁꽁 얼음 풍경이다
길도 숲도 계곡도 바람마저도 얼어있다
얼음이 만들어 놓은 풍경으로 하선암을 재탄생해 놓았다
겨울은 얼음을 내세워 세상을 다스리고 있다
얼음은 물줄기를 용케도 찾아낸다
작은 물이라도 찾아내어 꽁꽁 얼린다
그래서 물이 있는 곳이면 빙산을 만들고 빙호를 만들고 빙암을 만들고 빙하를, 빙계를, 또 어김없이 빙폭을 만든다
물이 얼음이되면 전혀 다른 성질과 색깔과 모양으로 변한다
부드러움이 딱딱함으로, 무색이 유색으로, 무형이 유형으로, 무위가 유위로.
유형과 무형
무색과 유색
부드러움과 딱딱함
무의와 유위
어느 것이 원형질인지....
아리산방이 한겨울속에 얼어 있다
물이 얼면 이렇게 유형으로
얼면 이런 색깔로
물이 얼면 유위로
얼어 있는 하선암
겨울이 지배하고 있는 하선암 계곡
겨울은 영토를 점점 넓혀가고
얼음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빠른 겨울
조금 느린 겨울
아주 느린 겨울
빙폭을 만들고
어김없이 찾아낸 물기
바위의 콧등도 얼리고
덜덜 떨고 있는 풍경
회화나무도 얼어 있는 아리산방
민찬이 민재 콧등이 파랗다
품안으로 파고든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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