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그 동안 잘 탔다. 소나타야...

아리박 2017. 4. 9. 09:05

그 동안 잘 탔다. 소나타야..


2001년에 산 소나타 차량 GVS 05모 8407

그 동안 우리 가족을 위해 마지막까지 수명을 다하고 보낸

이 소나타가 나의 활동기에 나의 발이 되어 숱한 고락을 같이 한 차이다

내가 타고, 아내가 타고, 딸아이가 타고, 아들이 타고,

며느리가 들어 오면서  이 차로 운전 연습을 했으니 끝까지 제 몫을 다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두 손자 어린이집 등하원으로 할머니가 타고 다녔다

처음 살 때는 제법 좋은 차라고 샀는데 17년간 우리를 싣고 달리더니 이제 여기저기 병치레가 난다


나와 아내는 좀 더 타도 된다고 했는데 젊은 애들이 바꾸겠다고 하니 허락할 수 밖에..

다른 차량이 있어서 보조 차량으로 이용하고 있었는데 아직은 더 타도 되는데..


보내기 서운해서 기록 사진을 남긴다

얼마전에 이 차량을 보고 시 한 편을 쓴 적이 있어 같이 올린다




미안하다, 너에게

                              박  영  대

 

자동차에게 두근거리는 가슴이 있는 줄 몰랐다

그저 기름이나 넣고 가자고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말처럼 이랴! 소리치면 되는 짐승인 줄 알았다

오늘 아침

그르렁 기침 소리가 가슴이 아파 그러는 것을

 

차가 아프다고 생각하면

단 하루도 길이 없어진다

시간의 고장이다

살아갈 지도위에서 헤매는 내비게이션

길을 잃다는 것은 죄를 짓는 것

언제부터 같이 살아 왔는지

이젠 차가 나를 데리고 산다

가자고 하면 따라나선다

가기 위해 타는 것이 아니라

타기 위해 간다

이젠 하다못해 모양새를 위해서 탄다

타기 위해 먹는다

타기 위해 시를 쓴다

 

지금까지는 시를 쓰기 위해 탄다고

억지를 부렸다

이제사 내가 짐이었던 것을.

 



  마지막에는 할머니가 두 손자 어린이집 태워다 주는 일이었다


  차를 보낸다고 하니 어루 만지는 두 손자


  차야 ~안~녕~~~ 민찬이. 민재의 안녕.




  폐차장 기사에게 넘기는 ..


  마지막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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