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는 우울을 그리지 않는다
박 영 대
천상 속이 없네
골목 어귀에서 나이는 먹어도 아직도 덜 큰 고목
동네 아이들 불러
얼굴 또 다른 얼굴 만들어
새 이름으로 또 다른 새 이름으로 허비한다
붓이 그린 그 길로 인생 다 털리고
헐거워진 속을 채워 보지도 못하고
속옷 들치고 드러나는 배고픈 속살
한 화폭에 눈요기로 마무리하는구나
누구는 감추려는데
대놓고 까발리는 모난 성미에
심심하면 농으로 간을 치더군
강과 산 불러다가
계절 형형색색 울리지 못해서
붓끝에 강물 흐르지 않아서
늘 우울한 화선지 속 달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