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화가는 우울을 그리지 않는다

아리박 2017. 3. 28. 16:21

화가는 우울을 그리지 않는다


                                       


천상 속이 없네

골목 어귀에서 나이는 먹어도 아직도 덜 큰 고목

 

동네 아이들 불러

얼굴 또 다른 얼굴 만들어

새 이름으로 또 다른 새 이름으로 허비한다

붓이 그린 그 길로 인생 다 털리고

 

헐거워진 속을 채워 보지도 못하고

속옷 들치고 드러나는 배고픈 속살

한 화폭에 눈요기로 마무리하는구나

누구는 감추려는데

대놓고 까발리는 모난 성미에

심심하면 농으로 간을 치더군

 

강과 산 불러다가

계절 형형색색 울리지 못해서

붓끝에 강물 흐르지 않아서

늘 우울한 화선지 속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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