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티벳 고원을 지나며

아리박 2017. 3. 20. 10:07

 

  티벳 고원을 지나며


                      박   영   대


굽이는 물이 흐르고

붓이 그리는 길인 줄만 알았다


길이 일어선다

어디로 가는 길인가

굽이 질 때마다 오름 한 걸음

굽이가 오르는 제 몫이라는 걸 알아간다


덕지덕지 껴입은 내 삶의 겉치레

한 굽이 돌 때마다

한순간 지날 때마다

무거웠음을 알아간다


오를수록 버려지는 가벼움 한 근

감당하지 못하는 비움의 현기증


하늘이 준 몫만치

땅이 맡긴 몫만치

입고 가야 할 거추장


흐른 만큼 무거워지는 물길

오른 만큼 흔들거리는 바람길

차라리 순교자의 길이라 해라


더 비워내기에는 가슴이 좁아 버텨내지 못하는

내가 지은 업장 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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