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고원을 지나며
박 영 대
굽이는 물이 흐르고
붓이 그리는 길인 줄만 알았다
길이 일어선다
어디로 가는 길인가
굽이 질 때마다 오름 한 걸음
굽이가 오르는 제 몫이라는 걸 알아간다
덕지덕지 껴입은 내 삶의 겉치레
한 굽이 돌 때마다
한순간 지날 때마다
무거웠음을 알아간다
오를수록 버려지는 가벼움 한 근
감당하지 못하는 비움의 현기증
하늘이 준 몫만치
땅이 맡긴 몫만치
입고 가야 할 거추장
흐른 만큼 무거워지는 물길
오른 만큼 흔들거리는 바람길
차라리 순교자의 길이라 해라
더 비워내기에는 가슴이 좁아 버텨내지 못하는
내가 지은 업장 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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