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오지로 데려와서
박 영 대
때로는 나를 오지로 데리고 온다
여행보다 한 발짝 가벼이
호젓이 바람맞는 낯선 이방을 찾아
가끔 보다는 좀 더 찾는 것 같은데 낯설다
겉으로는 낯선 자리를 빠져 나온 탈출
겉으로는 빠져 나온 도심 속의 외면
구멍 숭숭 뚫린 땅에다
집이 있다고 주소지라고 쓰고
근거지라고 낯설게 살면서
낯선 얼굴이 풀어지면 몸의 이삿짐을 다시 싼다
떠날 준비는 무거워도 외로워질 채비는 가볍게
안도하는 건 밑천으로 살아있는 벌집 한 채
나이에 익숙해지는 건 주름살 낯장
생기는 대로 원래 자기 자리처럼 뻔뻔하다
얼굴 익히는 그 노련한 자리다툼
한 틈새도 없이
실수 한 번 없이
헐거워진 웃음의 톱니바퀴 잘도 굴린다
낯선 곳에서 낯설어지기 위하여
뜸하게 얼굴 내밀고 가슴에 거미줄 치는 걸 모른 체한다
굳이 꽃 화려하지 않아도 하룻밤 동침이 소중하지 않으랴
이슥하도록 풀벌레 뜬 밤 새운다
무심한 계절에 계절을 쌓는 내 삶의 보수공사.
나를 오지로 데려와서
박 영 대
때로는 나를 오지로 데리고 온다
가슴속에 몸의 짐짝을 짊어지고
멀어봐야 한나절 여행보다 한 발짝 가벼이
호젓이 바람맞는 낯선 이방을 찾아
가끔 보다는 좀 더 찾는 것 같은데 낯설다
겉으로는 낯선 자리를 빠져나온 탈출
겉으로는 빠져나온 도심 속의 외면
구멍 숭숭 뚫린 땅에다
집이 있다고 주소지라고 쓰고
근거지라고 낯설게 살면서
낯선 얼굴이 풀어지면 내 몸의 이삿짐을 다시 싼다
떠날 준비는 무거워도 외로워질 채비는 가볍게
안도하는 건 밑천으로 살아있는 벌집 한 채
나이에 익숙해지는 건 주름살 낯장
생기는 대로 원래 자기 자리처럼 뻔뻔하다
알아차리기 전에 얼굴 익히는 그 노련한 자리다툼
한 틈새도 없이
실수 한 번 없이
헐거워진 생존의 톱니바퀴를 잘도 굴린다
낯선 곳에서 낯설어지기 위하여
뜸하게 얼굴 내밀고 가슴에 거미줄 치는 걸 모른 체한다
그네들의 유년이 자라 방아깨비 쿵더쿵 방아 찧던 곳
그네들의 낙엽이 져서 눈물을 이별로 씻어내는 곳
굳이 꽃 화려하지 않아도 하룻밤 동침이 소중하지 않으랴
이슥하도록 풀벌레 뜬 밤 새운다
무심한 계절에 계절을 쌓는 내 삶의 보수공사
철 지난 후회막급이 스무날 지난 기운 달로 떠오른다
어색한 타방에서 낯익어지는 낯장
내 몸 날은 언제나 일지.
아리산방, 흰목도리를 두른 토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