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만약에 골프

아리박 2016. 11. 10. 06:34


  만약에 골프
                         박  영  대

남쪽 대통령이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골프장에서 만난다면
이렇게 남북이 꽉 막혀 답답하지는 않겠지
단 둘이서만 하루 종일 골프치라고 두면
첫 홀에서는 핵폭탄이 으르렁거리고
2번 홀에서는 사드 날겠지
3, 4번홀까지 0B 날리고 해저드 빠져 헤매다가
그늘집에서 물 한 잔 다독이고 나면 
힘도 빠지고
뉘가 나서라도
옆 눈길이라도 힐끔 주다가                   
그때쯤,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쪽이
이봐, 동생!
남들이 빤히 보고 있는데 그만하지
누나!
손 위라고 밀어부치기만 하면 돼요?
그래, 너 지금 누나라고 했겠다
그럼 이제 동생이다
그래요, 그럼 이제부터 누나요

누나가 동생 미워서 때리는 것 봤니?
원래 동생은 누나 말 잘 듣게 되어 있지
남들 눈도 있는데 부끄럽지는 않아야지
우리끼리 잘 함 지내보자
누나도 하나 밖에 없는 동생 누가 챙기겠어?
잘 좀 해 봅시다

형제자매는 뼈와 살은 비록 나뉘어졌으나
본래 한 기운에서 태어났고
형체는 다르나
본래는 한 핏줄이라
뿌리는 같고 가지만 다른 것이요
강물이 근원은 같고 흐름만 다름이라
 
골프 한 라운딩 마치고 나면
아무리 상한 속 사이라도
피는 못 속인다고
닮은 눈빛 마주 보고
동생 사랑은 누나 아니겠니.



                              파골프 2016. 11월호


                                 파골프 갤러리 이달의 골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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