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저수지 물길

아리박 2016. 7. 11. 10:58

        저수지 물길

                        -  노군열 · 박영자 산수연을 맞아 -

                                           박 영 대


산과 골을 막아 물을 가두었소

버려지던 물, 들로 흘려 가뭄 걱정 삭이고

대대로 푸른 세상을 키웠소


자갈논 벌며 노심초사하다가

저수지에 방방히 곡식 채우고

그때부터 몽리는 마을을 이뤘소


키우는 자리에

길 내는 자리에

내일을 기약하는 자리에

한 평생 잣대를 갖다대던 그 손

눈금 하나를 오늘도 설계도면에 꼼꼼히 재고 있소


그때 막은 저수지에

그때 지은 건축물에

그때 낸 길을 따라

지금 팔십 평생이 고스란히 자라고 있소


물 흐르는 길이 내 발 가는 길

바로 갈 땐 빠른 걸음

굽어 갈 땐 팔자 걸음

억지 아닌 순응의 걸음

강물이 흐르는대로 유심이 흐릅니다


산 위에 올라 당신이 흐르는 걸음을 내려다 봅니다

붓 한 획으로 휘갈겨 그린 발걸음 출렁출렁

강물되어 흐릅니다

굽어 흐르는 강 줄기가 똑바르기만 한 이유가 그것이었습니까?




2016. 7. 9  올림픽 파크텔에서 매형과 누님의 팔순연을 가졌다

건축사로 평생을 교육과 건설현장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해 온 두분은 가족의 인연으로 맺어지기도 하였지만 내가 총각시절누님집에 얻혀 살던 때가 있었다

팔순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건강과 만수무강를 기원하는 자리에 헌시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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