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서툰 봄

아리박 2016. 6. 17. 13:06

서툰 봄

                   박 영 대

 

너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저 밑에서 꾸물거린다

 

애벌레 같은 강물이 굼틀굼틀

새순을 갉아먹고

연한 햇살은 배고픈 나목들의 아침거리가 된다

 

너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기억보다 이미 잊힌

내 사춘기에 스쳐 가버린 그 기억 때문에

말도 꺼내보지 못한 주저

올 봄엔 뿌리내리자고 

구근덩어리 같은 다짐에 물 적셔 틔운

다가가지 못한 미적거림

 

시작이 늦은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새가슴이 발목 잡는다

 

너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속내 감추려는 어설픈 떨림이

또 한번 옷을 갈아입는다

흩날리는 연초록은 너에게 다가가는 또 다른 위장

 

서툰 의도가

해마다 반복되면서

곧 들킬 것만 같은 내 봄의 어설픔

 

그래도

매일 밤 너의 신록으로 덮고 자는 건 알고 있니?

 

 

 

 

소백산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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