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낯 붉히는 봄날

아리박 2016. 3. 7. 10:58

낯 붉히는 봄날

                               박  영  대

 

이름으로 손 내밀 때는

냉담하게 뿌리치더니

색깔로 손 잡을 때는

까칠한 유세로 휘어지는구나

 

허리춤 건드렸을 때

속곳나이가 차고

얼굴 쓰다듬을 때는

춘색 어울렁 놀아나는구나

 

누가 뭐래도 피어날 때쯤엔

한창 물 올라 고목이라도 곁눈질 흘리더니

바람치마 날리며

그새를 못 참고 방창 터지는구나

 

타고난  바람끼 풀풀 풀어내는 밤

목 빠지게 기다린 달이 끄덕 웃는다 

 

속엣말 은근히

달뜬 눈으로 마주할 때

부끄럼 내려 낯가림하고

모난 사계의 끄트머리에서 봄의 예각

둥글게 둥글게 갈아내고 있구나.

 

 

 

 낯 붉히는 봄날이 터지고 있다

 

어울렁 봄날 닳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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