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 붉히는 봄날
박 영 대
이름으로 손 내밀 때는
냉담하게 뿌리치더니
색깔로 손 잡을 때는
까칠한 유세로 휘어지는구나
허리춤 건드렸을 때
속곳나이가 차고
얼굴 쓰다듬을 때는
춘색 어울렁 놀아나는구나
누가 뭐래도 피어날 때쯤엔
한창 물 올라 고목이라도 곁눈질 흘리더니
바람치마 날리며
그새를 못 참고 방창 터지는구나
타고난 바람끼 풀풀 풀어내는 밤
목 빠지게 기다린 달이 끄덕 웃는다
속엣말 은근히
달뜬 눈으로 마주할 때
부끄럼 내려 낯가림하고
모난 사계의 끄트머리에서 봄의 예각
둥글게 둥글게 갈아내고 있구나.
낯 붉히는 봄날이 터지고 있다
어울렁 봄날 닳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