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신록 연가

아리박 2016. 2. 12. 14:22

신록 연가

                              박영대

 

띠동갑 나어린 그녀가 무럭무럭

그이에게로 다가와 순결을 들이댑니다

해 넘겨 부대껴온 고독의 옆구리를 건드립니다

터질 듯 물오른 갈비뼈와 갈빗살이 한 이불 속에서

소곤이는 짧은 봄밤입니다

어떤 사연이 저들을 사랑하게 하였는지요?

저리도 그리 처연하게 계절의 체온을 포갤 수 있을까요?

물방울 수 놓은 옥색 치마가 통사정 매달립니다

모르지 않은 나목의 얼굴에 좀처럼 부끄럼이 역력합니다

 

산에서 바람도 강에서 물결도 숨을 죽이고 기다려줍니다

이들이 모른 체하는 걸 보면

이들이 허락하는 걸 보면

한 세월 넘는 나이 차에도 불장난이 아닌 게 분명합니다

저들의 틈에 남모를 눈물 하나쯤 굳어서

화창하게 피어난 걸 알기 때문이겠지요

띠동갑 차이보다 더 큰 초월

세한의 안 주머니에 고이 개어 둔 명주 수건

눈물이 흘리는 뜨거움 훔치고 지나가는

슬픔이 목적이었던 게 틀림없습니다.

 

 

 신록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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