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 연가
박영대
띠동갑 나어린 그녀가 무럭무럭
그이에게로 다가와 순결을 들이댑니다
해 넘겨 부대껴온 고독의 옆구리를 건드립니다
터질 듯 물오른 갈비뼈와 갈빗살이 한 이불 속에서
소곤이는 짧은 봄밤입니다
어떤 사연이 저들을 사랑하게 하였는지요?
저리도 그리 처연하게 계절의 체온을 포갤 수 있을까요?
물방울 수 놓은 옥색 치마가 통사정 매달립니다
모르지 않은 나목의 얼굴에 좀처럼 부끄럼이 역력합니다
산에서 바람도 강에서 물결도 숨을 죽이고 기다려줍니다
이들이 모른 체하는 걸 보면
이들이 허락하는 걸 보면
한 세월 넘는 나이 차에도 불장난이 아닌 게 분명합니다
저들의 틈에 남모를 눈물 하나쯤 굳어서
화창하게 피어난 걸 알기 때문이겠지요
띠동갑 차이보다 더 큰 초월
세한의 안 주머니에 고이 개어 둔 명주 수건
눈물이 흘리는 뜨거움 훔치고 지나가는
슬픔이 목적이었던 게 틀림없습니다.
신록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