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아무에게도 숨기고 싶은 유혹

아리박 2016. 3. 8. 16:55

아무에게도 숨기고 싶은 유혹

 

                            박영대


뭍에서 내게로 배를 저어 왔다

혼자 눈물 삼키며 자란 소금끼 절인 이력

파이고 찍히면서 변명 한번 못해보고

그러려니 하면서 당한 피학의 흔처

손 덜 탄 섬꽃 울음이 널리 향기로와

더는 야생으로 남고 싶은 탈출과

더는 떠나고 싶은 주저가 닻줄로 팽팽하다

뱃전에 해로를 앞질러 가는 미래의 나침바늘

마른 하늘에 도깨비 방망이

햇살 얻져 머리 스치는 봄바람에

해초와 어깨 맞대고 자라온 섬초들

닳고 닳아온 해풍이 보내는 유혹에 속절없이

알 것 같으면서도 속절없이

귀가 얇은 섬 처녀들

철들 때도 되었건만 해풍에 이제껏 홀몸으로

몸값 매기는 흥정에 흔들리고 있다.

 

 

                       홍도와 바다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싹소리  (0) 2016.03.16
내일을 기다리는  (0) 2016.03.10
낯 붉히는 봄날  (0) 2016.03.07
여자에게 묻습니다  (0) 2016.02.23
신록 연가  (0) 2016.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