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비료과장

아리박 2016. 1. 5. 14:31

      비료과장

                                박영대

 

수십 해 전에 비료과장했던 선배를 만났다

그때 우리는 그를 질소과장이라 불렀다

그에게 잘 보여야 요소를 넉넉히 살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나는 염화가리과장입니다'라고 굳이 말하고 다녔다

그때 염화가리는 잘 안 팔리는 비료였다

그래서 요소비료에 염화가리를 덧붙여 팔아야 했다

염화가리는 체화비료라고 해서 억지로 처분해야 하는 천덕구니 비료였다

그는 고집스럽게 염화가리를 억지로 섞어 팔았다

 

요소를 시비하면 금방 푸른기가 돋아나는 속효성이니 사람들은 요소를 찾을 수밖에

그러나 염화가리는 열매에 영양을 주도하는 비료로 밑거름으로 주어야한다

효과가 눈에 띄지 않고 지효성이라 외면하는게 다반사다

 

오늘도 그는 염화가리과장임을 강조한다

속효성

화려한 색상

입에 맞는 단맛만 찾는 세상을 향해

 

오늘 만나서도 그때 그 고집론을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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