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경사지의 꽃

아리박 2015. 6. 5. 09:42

경사지의 꽃

                               박   영   대

 

 

평평한 자리는 다투어 다 차지하고

눈길 하나 주지 않은 땅

그래서 마음 편하게 핀 경사지의 풀꽃

실뿌리 꼬아서

박힌 돌 딛고 서서

법 없이도 법면 지키고 있다

 

토질이

태생이

학연이

다 달라도

 

쑥 강피 개망초 보리뺑이

청문회 걱정 없는 자유 누리고 산다

보는 이 없어도

꽃빛 화려하지 않아도

땅의 직각이 아닌

하늘의 직각

 

왜 그들은 꼿꼿이 서서 사는 걸까?

 

평지에서 나서 굽어 자라느니

비탈에서 나서 곧게 자라리라

 

땅만 보지 않고

하늘 푸르름 우러르는 가슴 가졌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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