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지의 꽃
박 영 대
평평한 자리는 다투어 다 차지하고
눈길 하나 주지 않은 땅
그래서 마음 편하게 핀 경사지의 풀꽃
실뿌리 꼬아서
박힌 돌 딛고 서서
법 없이도 법면 지키고 있다
토질이
태생이
학연이
다 달라도
쑥 강피 개망초 보리뺑이
청문회 걱정 없는 자유 누리고 산다
보는 이 없어도
꽃빛 화려하지 않아도
땅의 직각이 아닌
하늘의 직각
왜 그들은 꼿꼿이 서서 사는 걸까?
평지에서 나서 굽어 자라느니
비탈에서 나서 곧게 자라리라
땅만 보지 않고
하늘 푸르름 우러르는 가슴 가졌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