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에 나만 없을까
박 영 대
창밖으로 산바람 크는 걸 엿본다
풋내 나는 젖을 물리고
드러낸 허리 위로 살 냄새 푸르게
보드라움 끼리 어우러져 보드랍다
아침 안개 피우는 푸른 허벅지
구르다 가시에 찔린 사춘기 선혈
크려고 찾아온 쿨렁거리는 성장통
음지조차 눈부셔 고개 들지 못하는 숙맥의 낯가림
꽃이 첫걸음하고 목질이 되는 게 고맙다
잘게 쪼갠 걸음 이어붙인 대하소설 한 편
머리 한 가닥도 지켜내는 저 모성 본능
앉은 자리 무거워 붙박이 산이 되고 만다
칭얼대는 빗방울들 우르르 계곡으로 몰려
따라다니는 아우처럼 떼버릴 수 없는 숙연
손이 발이 되도록
허구헌 날 애간장 그리 깊었는가
키우는 애태우기
애타면서 즐기기
속 좁은 치기 받아주기 위한 가슴 자리 넓히기
그냥 크는 줄 알지만
차곡차곡 쌓여가는 낙엽같은 수발
눈짓이 되고 주름이 된 나잇살
오랜 내리사랑 같은
바램이 큰다
왜 그 산에 나만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