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그 산에 나만 없을까

아리박 2015. 7. 10. 17:09

       그 산에 나만 없을까

                                          박   영   대

 

창밖으로 산바람 크는 걸 엿본다

 

풋내 나는 젖을 물리고

드러낸 허리 위로 살 냄새 푸르게

보드라움 끼리 어우러져 보드랍다

 

아침 안개  피우는 푸른 허벅지

구르다 가시에 찔린 사춘기 선혈

크려고 찾아온 쿨렁거리는 성장통

음지조차 눈부셔 고개 들지 못하는 숙맥의 낯가림

꽃이 첫걸음하고 목질이 되는 게 고맙다

 

잘게 쪼갠 걸음 이어붙인 대하소설 한 편

머리 한 가닥도 지켜내는 저 모성 본능

앉은 자리 무거워 붙박이 산이 되고 만다

 

칭얼대는 빗방울들 우르르 계곡으로 몰려

따라다니는 아우처럼 떼버릴 수 없는 숙연

손이 발이 되도록

허구헌 날 애간장 그리 깊었는가

 

키우는 애태우기

애타면서 즐기기

속 좁은 치기 받아주기 위한 가슴 자리 넓히기

 

그냥 크는 줄 알지만

차곡차곡 쌓여가는 낙엽같은 수발

눈짓이 되고 주름이 된 나잇살

 

오랜 내리사랑 같은

바램이 큰다

 

왜 그 산에 나만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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