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찬 달
지금 동편 하늘에 열엿새 달 떠오르고 있다
길 밝히는 등불잡이 별 시중 하나 데리고
겨울밤 길어서 잠 못 자고 밤 마실 나온 걸까
어둠 쫏는 등불 앞세워 빈 가슴 허허로워
어제 지난 하루에 발등을 찧고
분 바른 낯빛으로 농염 뿌리면서
나이 찬 넉넉함에 산마루 버선발로 사뿐 딛고 나와
우듬지 사이로 둥실 자태 숨긴다
어둠이어서 좋아라
어둠이어서 좋아라
밤길 외로 들어 선 길 님 마중
살며시 다가가 부끄러운 손 잡고
어둠 속에 새도록 때 맞춘 걸음걸음
이슥도록 맞잡은 손 다시 놓기 싫어라
우듬지 사이로 산마루 박차고 달 떠오고 있다
나이 찬 열엿새 넉넉함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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