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동창이 밝았느냐 .

아리박 2012. 12. 4. 09:09

동창이 밝았느냐

 

새벽녁 동창이 깨어오면 기분이 상쾌하다

창으로 바깥 산의 공제선이 어스름속에서 유연한 모습을 드러내면 잎 떨군 나무들이 속 비친 실루엣을 연출한다

 

 

여명보다 더 일찍 일어나면 어둑어둑한 산 능선을 어슬렁거리며 기어나오는 여명을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

어둠이 긴 치마자락을 끌고 소리없이 물러나면 순간에 하나 둘씩 자태를 드러내는 산 능선의 늘씬한 허리들.

 

세상의 모든 것이 점점 내게로 안겨오는 듯하다

솨~  바람과 함께 얼굴에 와 닿는 아침의 상쾌함이 몸 속으로 들어온다

 

 

정원등을 하얗게 얼린 서리를 보니 잠깐 강가에 나가 상고대라도 만날까하고 찾으러 나갔다

 

넓게 강물 펼쳐진 하진마을 앞.

이곳은 한 이십여년전 내 숱한 발걸음이 나 있는 곳이다

주말이면 봉고차 한대 불러 새벽 두세시에 동호인들끼리 돌을 찾으러 수없이 밟던 이 강물 속.

지금도 그 돌들 저 강물 안에 그대로 잘 있는지

 

바로 옆에 나룻배가 실어나르던 포구가 있어 오가는 행객들을 실어다 주었는데.

투명하리만치 맑은 남한강이 좌우 겨울산을 가져다가 강물속에 고스란히 빠뜨려 놓았다

 

 

오늘 아침은 안개도 없다

보얗게 오르는 안개가 강변 나무에 엉겨 붙은 상고대는 때가 보겨주는 장관이다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어느때나 함부로 보여 주지 않은다

오늘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이제는 길도 강도 사람도 다 바뀌었다

포장도로로,  폭 넓은 호수 강으로, 같이 다니던 사람들은 다 떠나고

나를 실어 건네 주던 나룻배 사공은 어디로 갔는고.

 

 

 

오늘 아침 이십년 전으로 돌아가 그 자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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